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다.’는 말처럼 명절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는 것을 이번 설에도 실감한다. 설 연휴기간을 이용하여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차례를 지내는 장소도 종갓집이나 고향이 아니어도 편하게 모실 수 있는 곳, 심지어는 외국이나 관광지에서 지내는 등 다양하게 바뀌고, 역귀성 현상까지 늘어나고 있다.

달라지고 있어도 고향에 찾아가 부모님과 웃어른을 뵙고 차례와 성묘를 하며 조상들의 뜻을 기리며 가족과 이웃과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나누며 덕담을 하며 새해를 맞는 마음만은 미풍양속으로 이어져야 하겠다.

차례상에도 외국산이 많아진다. 조율이시(棗栗梨柿) 위주의 전통과일에서 탈바꿈하고 있다. 시물(時物)이라 하여 그 시기에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홍동백서(紅東白西)에 관계없이 올리고 있다. 하기야 고인이 좋아하던 사연이 있는 음식으로 소통을 하면 좋을 듯하다. 일가친척이 오순도순 모여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윷놀이도 즐기던 설날처럼.

신풍속도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여행이다. 대체휴일제도 있으니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 해외로 떠나는 ‘설캉스족(설+바캉스)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향에 가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쇠는 것을 당연히 여겨 귀성객들이 일제히 나서면서 ‘민족대이동’을 하였는데, 요즘은 귀향을 포기했다는 ‘귀포족’도 많아지고, 꽉 막힌 도로 못지않게 명절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북적이는 공항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의하면 이번 설 명절을 맞아 지난해보다 약 5%가량 증가하여 약 85만7000명이 해외여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저출산문제가 국가적인 큰 과제이다. 출생아 수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까지 출생아 수는 30만3900명으로 전년 동기(33만2600명) 대비 8.6% 감소했다니……. 이런 심각한 위기이지만, 자녀나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권장하는 덕담도 언제부터인지 금기어가 되었으니 슬픈 일이다. 딸이나 며느리에게도 할 말을 다 못한다. 아이를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을 하면 따가운 눈총을 맞고 으스스한 소름이 돋는다.

얼마 전 어느 방송에서 ‘명절 잔소리 메뉴판’을 보니, 잔소리를 하려면 식사 주문하듯 그에 맞는 돈을 내고 하라는 것이다. 어느 대학을 지원할 것을 물으려면 5만 원, 취업 질문은 15만 원, 결혼 권장은 30만 원, 출산 장려는 50만 원 등이라니 코미디 같고 금전만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슬프고 충격이다.

웃어른으로서 진정으로 걱정되어, 덕담을 하다가는 악담이 되고, 외계인이나 몰상식 취급을 하는 세태(世態)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길에서 중학생이 담배를 피워도 못 본 척, 욕설이나 나쁜 짓을 해도 못 들은 척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서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차치하더라도 계도나 절규는 어쩌란 말인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말세다.”라는 말을 했다니, 그런 차원의 기우(杞憂)처럼 웃어넘기고, 극복하며 바람직하게 달라지는 신풍속도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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