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절에서는 남녀신도를 뭐라 호칭할까? 신사는 속인으로서 불교의 법명을 가진 사람을 말하며 청신사(우바새)는 불교를 믿는 남자 재가신도를 총칭하는 말. 즉 거사를 말한다. 우바이는 불교를 믿는 여자 재가신도를 총칭하는 말. 즉 보살을 두고 칭한 호칭이다. 이처럼 절에서도 호칭이 지고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호칭은 여러가지 의미로 불러지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이 같은 호칭인 '도련님', '처남' 등 남녀 간의 호칭이 불공평하다는 지적을 받아와 가족 호칭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가부는 올해 이 같은 호칭 개선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시대적 흐름으로 봐 잘한 것 같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소통하는 존중하는 가족', '일·생활이 조화로운 사회'를 달성시킬 계획이여 기대를 걸어 본다.

특히 결혼 후 가족호칭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 같다.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이나 '아가씨'로 높여 부르는 데 반해, 아내의 동생은 '처남'이나 '처제'로 부르는 가족호칭은 개선해야 된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왔다. 시가 식구들에게는 극존칭을 써야 하는 반면 시가 어른들이 부르는 호칭은 '며늘애야, 새아가, 새언니, 형수' 등 어느 것 하나 평대나 하대 수준이다.

가족 내 성차별적 호칭 문제는 명절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주제다. 아가씨나 도련님 등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유교문화에서 출발한 호칭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댁은 '시가'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그냥 '할머니'로 통일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다. 또 '여자가·남자가'처럼 성에 따른 고정관념이 박힌 역할을 강조하는 표현보다 '사람이·어른이'라는 표현을 쓰자는 의견도 나왔다.

가족 내 남녀간 차별적인 호칭 문제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여성에겐 가사 노동 못지않게 성차별적 호칭 사용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거리여 당혹스러움이 공감한다. 핵가족이 우리 가정의 주류 형태가 된지 오래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남녀 역할론이 가정 내 중심 가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여성 배우자의 부모를 장인, 장모라고 부르는 대신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부사이를 비롯해 사돈 간에도 서로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를 지켜줄 언어 예법을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회적 논의 과정이 시작된 만큼 변화된 시대에 걸 맞는 가족 호칭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결혼 후 사용하는 호칭 문제에 대해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50여건 넘게 올라온 바 있다. 여가부가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 실현을 위한 가족평등지수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용할 수 있는 '건강가정기본법' 전부 개정도 추진하고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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