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잡아뗀다는 말이 하도 많이 떠돌아 뜬금없이 말의 어원이 궁금해졌다. 근거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시치미를 잡아떼다’라는 말에서 시치미가 생략된 말이 ‘잡아떼다’라고 검색되니 믿을 수밖에.

시치미를 뗄 때, 깃털 몇 개는 가차 없이 빠졌겠다. 객쩍은 수작에 털이 뽑혔으니 매는 귀청을 떨어지도록 울음을 울었을까? 이왕이면 잡아떼는 자의 팔뚝이나 손을 꿩이나 토끼를 잡아먹을 때처럼 순식간에 물어뜯었더라면 두 세기가 지났어도 속이 통쾌했을 텐데. 그 일을 머슴에게 시켰다면 애먼 사람의 손만 절단 낫겠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의 해외 추태와 관련해 농민에게 불똥이 튀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예천군 생산 농·특산물 불매 운동이 벌어졌으니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피해자 측이 고액 소송을 제기한다고 했으니 선거에서 후보자의 됨됨이를 살펴보지 않고 덜컥 벌건 도장을 찍어준 죄가 크노라.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 예천군의회도 포함되었다니 군의회 몫의 배상은 군민이 낸 세금이 포함될 터.

한술 더 떠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추태가 폭로되었다. 갔네, 안 갔네. 주점이네, 스트립 바네. 전부 벗었네, 반만 벗었네. 저쪽 테이블에서 춤을 췄지 내 테이블에서는 추지 않았네. 웃기고 웃겨라. 갈수록 가관이다.

공무를 빌어 공금으로 갔다면 유죄고 공무를 마친 후 개인 시간을 이용하여 내 돈으로 갔다면 무죄라. 남자니 그럴 수도 있지 그게 뭐 대수라고. 남자는 여행 가면 다 그래야 하나. 한쪽은 감싸고 한쪽은 귀싸대기를 날리는 댓글 또한 가관이다. 버릇대로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정치적 술책이라고 탄압 프레임 깃발을 들고 나서는 해당 국회의원. 갈수록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나라의 매사냥은 기원 전후 고조선 시대 만주 동북지방에서 수렵 생활을 하던 숙신족에게 배웠다고 전해진다. 시치미란 평안북도 말로 쇠뿔을 얇게 깎아 만든 매의 명패이다. 매의 주인인 수알치는 매의 꼬리 쪽 털 속에 시치미를 매달아 매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했다는데 남의 매에 눈독을 들인 자는 시치미를 떼고 슬쩍했다.

시치미를 떼인 매는 원주인을 몰라라, 하고 도둑질한 사냥꾼을 주인으로 받들었을까. 범법자를 새 주인으로 맞이해야 했으니 매의 신세도 딱하구나. 사람은 사라졌어도 그들의 흠결은 두 세기가 넘도록 대를 잇고 있으니 이 또한 딱한 일이구나.

말의 어원을 알고 나니 더 울화가 끓는다. 살다 보면 누구나 알게 모르게 죄를 짓는다. 그때마다 시치미만 잡아떼면 지은 죄가 사라지는가. 사법도 잡아떼기는 마찬가지라 믿을 것은 인간의 양심뿐.

성폭행 체육계 코치, 상습적 제자 성추행 교사, 장래가 유력했던 지사, 등등. 잡아떼다가 재판에 회부되었다. 국정농단, 사법 농단자도 마찬가지. 그들은 갇혀서도 하나같이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죄가 죄인 줄 모르니 그것이 가장 큰 죄다.

이 틈에 해상자위대 초계기는 왜 한국 해군 함정을 기웃거려놓고 잡아떼는가. 근접 위험 비행을 해놓고도 사실이 아니라고 대응한다. 실실, 툭툭 치며 안 그런 척 시치미 떼다가 되게 혼쭐 날 날이 오고야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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