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이 27~28일 이틀간 베트남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오전 11시(현지시간 5일 저녁 9시) 美 상·하원 양원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한 연두교서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오는 2월 27·28일 양일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두교서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간략히 언급하는 정도로 짧게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15개월 동안 중단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만일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벌이고 있을 거고 수 백만 명이 희생됐을 것”이라고 자신의 ‘치적’을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사실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는 게 북한 비핵화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한국민과 국제사회는 여전히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완전한 북핵 폐기에 대한 의지가 많이 약해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웠다.

게다가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시각에 美 국무부 대북문제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은 2차 미북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평양에서협상 파트너인 북한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마주 앉아 있던 시점이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다룰 비핵화 협상 내용을 놓고 한창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의제조차도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날 날짜와 장소부터 먼저 발표한 것은 북한의 핵무장 폐기를 이뤄내 줄 것을 바라는 한국 국민들에게 큰 걱정을 안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북한은 서방 기자들을 모아놓고 쓸모가 없어진 풍계리 핵실험장 입구를 폭파하는 비핵화 쇼만 벌였을 뿐 실제로 북한이 핵을 포기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김정은이 육성으로 북비핵화를 직접 언급한 사례도 없었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비롯해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국방정보국(DIA) 국장 등 정보 부서 수장들은 최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정보당국의 지속적인 평가라며 “북한 지도자들은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정권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에 결코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으며 이미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큰소리 쳐온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해에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계속되자 ‘북폭’(北暴·북한 핵시설미사일기지 폭격)까지 거론하며 항모를 대거 동원한 무력시위를 단행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뭔가를 해줄 것으로 기대해왔던 한국민들은 피로감이 높다. 일종의 희망고문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이렇다할 실질적 비핵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북한 비핵화는 물건너가는 것이다. 한국정부와 한국민은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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