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정당 공천제가 현실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정당이 후보를 결정하는 최우선 기준은 당선 가능성이다. 국회의원,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 등 모든 선거에서 후보를 정하는 당내 경선의 포인트는 상대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것이다. 후보자 스펙, 인품 보다 중요한 것이 당선 가능성. 후보자 정책판단, 정체성, 공약 등등은 부차적이다. 물론,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상호토론이 치열하게 이뤄지지만, 결국은 후보를 선정하는 기준은 당선 가능성이다.

당선 가능성은 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 여론조사는 실제적으로 당내 경선에 쓰이기도 하지만, 당내 경선 판세를 결정하는 '선봉대' 역할을 한다.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는 절대적이다. 여론을 주도하기 위해 결국 당 내부에서도 진영 논리가 발생한다. "상대가 하는 말이 맞지만, 상대방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영논리는 '독한 말싸움'으로 발전한다. 경선이후, 같은 당이지만 남보다 못한 경우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당내 경선 이후 당이 깨진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한 목소리다. "내가 경선에서 승리해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면, 타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할까?  선거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경선에서 이긴 뒤 그 여세를 몰아 본선에서 이긴 경우도 있고, 경선에서 이겼지만 그 후유증이 커서 본선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올림픽 양궁이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 예선이 올림픽 본선이고 메달 색을 결정한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양궁에 빗대 보자면, 정당 지지도가 높을 경우 이런 논리가 가능하다. '누가 나가도 본선에서 상대방을 누를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경우에 정당 내부 경선은 치열함을 넘어선다. 그야말로 고지가 눈 앞에 보이는 셈이니 말이다.

지난 탄핵 결정이후 치러진 벚꽃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이 그랬다. 치열한 경선과정을 거친 문재인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다른 정당들의 경선은 그리 치열하지 못했다. 오히려 후보단일화에 대한 논의가 치열했다. 그때 후보 단일화가 됐더라면? 물론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순 없었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점은 모든 정당은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당내 경선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제 1야당 당 대표 선거가 코앞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지휘하는 만큼 '당선 가능성'이 경선의 핵심이 될 것이다. 모든 후보가 '내가 여당에 맞설 적임자'임을 내세우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힘을 내려면, 표의 확장성이 큰 후보를 당선시켜야 할 것이다. 여당 대표가 '집권 20년'을 이미 공고히 한 상황이다. 이번에 당선되는 야당 대표도 강한 구호로 여야간 균형을 맞췄으면 한다. 여야가 함께 꾸려가는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만큼 여당의 강력한 집권의지에 맞서는 야당 대표가 나왔으면 한다. 견제와 균형만큼 민주주의를 지탱해주는 힘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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