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충청시평
국위선양이냐 인권이냐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충청일보  |  webmaster@ccdaily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2.14  14:09:41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작년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정계, 재계, 교육계, 문화예술계 등 사회 전반으로 퍼지면서 체육계는 왜 잠잠한지 의아해했다. 그런데 연초에 20대 초반 국가 대표 스케이트 선수에 의해 미투가 시작되었다. 선수를 훈련시킨다는 명분 아래 코치는 폭행을 일삼았고, 이어서 성폭행까지 저질렀다니 인면수심의 지도자임이 분명하다. 각종 국제 대회 메달권 진입은 곧 국위선양을 의미했기에 선수의 인권을 짓밟은 야만적 행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1980년대의 군사 독재 정권이 저지른 대표적 우민화 정책의 도구가 ‘3S’였다.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섹스(Sex) 중에서 특히 외형적으로 가장 건전하고 대중의 호응도가 높은 스포츠에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국제 경기에서 메달 획득을 종용했다. 메달권 진입이 곧 국위선양인 양 치부되었으며, 그것이 폭력 정당화의 논리가 되었다. 국가는 메달리스트들을 영웅시했으며, 국민들은 그들이 겪었을 어두운 면은 아랑곳하지 않고 결과물인 메달에만 열광했다.

유년기부터 운동만 했기 때문에 스포츠 이외의 미래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어린 선수들의 심리까지 교묘히 파고들면서 그들의 육체는 물론 정신마저 병들게 한 지도자들의 가해에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냥 스포츠에 열광했던 국민들도 메달이 긴 세월 동안 유린된 선수들의 인권의 대가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고 자성하고 있다. 인권이 짓밟힌 대가로 얻은 메달은 국위선양은커녕 국격 추락이라는 부끄러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진작 인지했어야 했다.

최근 한 국회위원이 ‘체육계 미투 3법’을 발의했다. 국민체육진흥법 1조(목적)에서 ‘국위선양’을 삭제하고 지도자의 결격 사유에 성폭력 범죄를 포함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2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1건이 그것이다. 그 법안에는 스포츠 패러다임 전환으로 체육계 비리 근절의 발판을 마련하고 체육을 통한 연대감 향상, 공정한 스포츠 정신의 가치를 담았다.

또 그간 각종 국제 대회에서 정부가 국위선양을 명분으로 메달 목표를 발표하며 성적 지상주의를 주도했던 것을 감안해 국가별 순위를 공표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체육계의 폭력과 성폭력 근절을 위해 메달로 평가하는 성과 지상주의, 엘리트 체육 자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법률 개정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합숙 훈련 등으로 학교 수업을 등한시하는 훈련 방식 때문에 선수들은 운동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며, 이로 인해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도 감히 거절할 수도 폭로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학업도 겸해야 하는 스포츠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한 체육 정책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래야 운동을 그만두어도 다른 직업이라는 출구가 있고, 그것 때문에 선수들은 스스로의 인권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충청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