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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명태이광표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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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4  1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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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서원대 교수] 얼마 전 “생태탕을 판매할 수 없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아니, 생태탕을 먹을 수 없다니. 사람들이 혼돈에 빠지자 해양수산부가 정확한 설명을 내놓았다.“모든 생태탕을 판매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산 생태로 끓인 생태탕을 금지하는 것이다. 멸종 위기에 빠진 국내산 명태의 어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인 어류 소비량 1위는 명태였다. 명태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 가운데 하나다. 동태탕, 생태탕, 동태전, 황태찜, 황태전골, 코다리찜, 북어국, 노가리구이…. 돌이켜보니 우리는 참으로 열심히 명태를 먹었다.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고 값도 쌌다.

1940, 50년대엔 매년 25만 톤 이상을 잡았다고 한다. 전 국민이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1970, 80년대엔 술안주로 노가리 열풍이 불었다. 새끼 명태인 노가리를 대량으로 잡아 열정적으로 구워먹다 보니 명태의 개체수가 급감했다. 1980년대 10만 톤 정도였던 어획량이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줄더니 2008년 이후로는 매년 0~5톤에 불과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2014년‘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인공으로 명태 알을 부화시켜 치어를 생산하고 동해에 방류하는 사업이다. 국내산 명태를 확보하기 위해 명태 한 마리에 현상금 50만원을 내걸기도 했다. 살아 있는 상태로 국내산 명태를 잡아오면 마리당 50만 원씩 보상금을 준 것이다.

이후 2018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2만여 마리의 명태가 잡혔다. 방류했던 명태와 러시아 등지로 떠났던 자연산 명태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명태잡이가 재개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남획으로 인해 명태가 다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2019년 한 해 명태 포획을 금지하기로 했다. 지금이 명태의 개체수를 부활시켜 놓아야 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명태를 겨울철 찬 바람에 건조시키면 황태가 된다. 영하 10도, 20도의 매서운 추위에 명태는 금세 얼어 버리고 낮이 되면 햇볕에 살짝 녹는다. 눈을 맞으며 얼다 녹다를 서너 달 반복하면 속살이 노란 황금빛 황태가 된다. 그 신산(辛酸)한 과정을 거쳐 황태는 우리네 식탁에 오른다. 강원도 인제나 평창의 황태덕장은 그래서 늘 감동적이다.

‘명태’라는 가곡이 있다. 여기 이런 대목이 나온다.“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짝짝 찢어지어 내 이 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인간을 위해 기꺼이 찢어지겠다는 명태. 명태(明太)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때 얻었다. 밝음이 점점 더 커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실제로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초기까지 사람들은 명태의 내장을 버리지 않고 호롱불 밝히는 기름으로 썼다고 한다. 이래저래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명태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애환 가득한 우리네 삶 그 자체다. 그렇기에 잘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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