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6224명 연명치료 중단...67.7%는 가족의사 반영
3월 28일부터 조건 완화…가족동의 축소·중단시술 확대

▲ 연합뉴스

[세종=장중식 기자]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명의료 결정제 시행 이후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월 4일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되고서 1년만인 이달 3일 현재까지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6천224명에 달했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유보란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2만10757명(60.1%)으로, 여성 1만40467명(39.9%)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2만8천519명(78.7%)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주요 질환으로는 암(59.1%)이 가장 많았고, 호흡기질환(15.3%), 심장질환(5.8%), 뇌 질환(5.4%) 등이 뒤를 이었다.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나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가 각각 1만2998명(35.9%), 1만1529명(31.8%)으로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 환자의 67.7%를 차지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뒀다가 회복 불가능 상황에 처하자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293명(0.8%)에 그쳤고, 연명의료 계획서를 써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1만1404명(31.5%)이었다.

대체적으로 아직까지는 환자의 의향보다는 가족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총 11만5259명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7만7974명(67.7%)으로, 남성 3만7285명(32.3%)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9만7천539명으로 대다수(84.6%)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27.2%), 서울(26.1%), 충남(8.9%) 순으로 많았다. 지역 내 인구수 대비 작성비율로 산출하면 충남, 전북, 대전, 서울, 경기 지역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현재 전국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수 있는 곳은 총 290곳으로 이곳에서 1461명이 필수교육을 이수하고 의향서 작성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현장의 현실에 맞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 오는 3월 28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뿐 아니라 체외생명유지술(ECLS. 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수혈, 승압제 투여 등 임종기에 접어든 말기환자의 무의미한 생명만 연장할 뿐인 의학적 시술도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말기환자의 대상 질환을 4가지(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로 한정했던 것을 삭제해, 질환과 관계없이 모든 말기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가 필요했던 것을 개정해,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부모·자녀)'의 합의만으로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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