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올해 2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 숫자가 전년 한 해의 총 숫자에 근접한 6,093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2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 숫자는 지난해 2월과 8월을 합친 명예퇴직 신청 교원 숫자인 6,136명에 근접하는 수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권이 추락하면서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다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권 하락’의 현상에 대해서는 이에 대비하는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學而篇)에서 즐거운 배움과 행복한 가르침을 이야기한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내지 않으니 또한 군자이지 아니한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를 말하여, 하기 힘든 학문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자람을 학문으로 채워나가는 것보다 행복할 일이 있겠느냐고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오늘의 우리사회에 배움의 즐거움과 가르치는 즐거움을 되살려야 한다. 교육자에게나 학생들 모두에게 지독한 '노동'이 되는 것은 불행이다. '학교(school)'라는 말은 본래 '유희', '놀이', 또는 '여유'를 뜻하는 'schole'에서 유래되었다. 우리 교육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교육의 조건(educational condition)'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하고 절망하게 하는지, 그들이 진정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교육의 방법론과 이념의 전쟁터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

반평생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어느 선생님이 4년 남은 정년을 채우고 싶었지만, 고민 끝에 명예퇴직을 결정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에게 체벌은커녕 훈육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학생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교총에 따르면, 학부모의 폭언이나 폭행, 악성 민원 등으로 교권침해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수업을 방해하는 남학생의 어깨를 잡았다가 성추행으로 몰리고, 수업 중 애정행각을 벌이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다 고발되는 등 교사로서의 권위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교사가 존경받지 못하는 풍토에서 학생들에게 지식이든, 인성이든 뭔가를 가르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우리교육은 그동안 교육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는 소홀하였다. 교육 현장의 문제로 안정적 직장을 등지고 조기 퇴직을 원하는 교사가 늘고 있는 건 우리사회의 불행이다. 교권 추락으로 더 이상 교사로서의 자부심이나 긍지를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교육의 부재를 의미한다. 학생과 선생님들이 무엇으로 행복하게 되는지, 무엇이 그들을 고상하게 만들며 또 비참하게 하는지, 그들의 삶에 있어서 가장 절실한 필요물들이 어떤 것인지 등을 돌아보아야 한다. 교권의 확립으로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웃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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