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미북 2차 정상회담을 보름여 남겨두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10일~17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이른바 ‘초당적 외교 활동’을 벌였으나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여야간의 견해 차를 드러내며 공방을 주고받는 등 혼란을 연출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위원장과 외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도 참가한 이번 국회 방미단의 목적은 미국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 양국의 공조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이었다.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은 12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면담까지만 동행하고 이후부터는 별도의 일정을 마련해 한국내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미국에 전달하는 행보를 가졌다. 나 원내대표는 14일 조지타운대학 외교대학원 강연에서 “미북 정상이 북한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명확한 합의없이 협상을 진행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지나치게 양보하면 북한 비핵화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 핵 폐기 이전의 종전선언’논의는 동북아 지역내에 핵무장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의 지적은 오는 27~28일 양일간 열릴 예정인 미북 2차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한국 국민들의 우려를 압축해서 전달한 것이다.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이 비핵화 첫 단계인 핵 리스트 체출과 사찰 일정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도 않고 있는 상태에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낼 욕심에 종전선언이나 나아가 상호불가침 협상으로 진전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완전히 무산되고, 한국이 북의 ‘핵 노예’로 전락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많은 한국 국민들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 의회 지도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한반도 평화 속도조절론, 종전선언 신중론을 내세우며 (국회 방미외교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미 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종전선언이 국내외 정세에 악영향을 줄 것처럼 호들갑 떨며 국익을 해치는 방식이라면 자유한국당의 방미활동은 자제돼야 옳다”며 종전선언지지 의사까지 드러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미국 하원을 이끌고 있는 펠로시 하원의장도 국회 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인이다. 펠로시 의장은 북한을 믿지 않는다며 “김정은의 진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무장해제다”라고 정곡을 찔렀다. 한국 여당 의원들보다 정확한 인식을 보여줬다.

방미 국회 대표단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여야간 시각차로 인해 미국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불편한 심경이다. 여기다 15일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미국의 선(先)신고·사찰, 후(後) 종전선언’방식은 현실성이 없다. 북한이 미국에 핵시설·물질·무기와 수량과 위치를 신고하는 것은 북한으로선 미국에 공격 리스트를 주는 격”이라며 미국의 접근방식을 비판했다. 북이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先비핵화, 後종전선언이 북핵 협상의 기본 원칙이다. 여당 의원들은 정확한 상황인식과  시각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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