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영화 '챔피언'에서 관장은 세계 챔피언을 꿈꾸는 김득구 선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거울 앞에 서 봐. 원래 복서는 미스코리아보다 더 거울을 많이 보는 거야. 네가 싸워야 하는 사람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지. 앞으로 너는 지금 네 눈앞의 거울 속에 있는 사람과 싸우는 거야. 바로 너, 딱 한 사람만 이기면 돼."

교만해지려는 자신을 이기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한 사람으로 발레리나 강수진 씨를 빼놓을 수 없다. 여인의 발이라고 보기 어려운 그녀의 발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녀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 18시간씩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연습을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기 마련인데 어느 날 일어나서 몸이 아프지 않으면 그 전날 제대로 연습을 하지 않은 것을 자책하며 반성했다고 한다.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때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휘청거릴 때 넘어지지 않으려면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야지 멈추거나 뒤로 가려고 하면 넘어지고 마는 것이다. 뜨물은 찌꺼기가 다 가라앉으면 맑은 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휘휘 저으면 다시 뿌옇게 된다. 교만도 마찬가지다. 우리 심령 속에 들어앉은 교만은 언제든지 그 본색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어서 완전히 처리되지 않으면 또다시 우리 삶을 더럽히고 파멸로 이끈다. 진정한 승리는 교만의 근본을 제거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교만의 뿌리를 뽑지 않으면 언젠가 또다시 자라나 자신을 위태롭게 한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와 같다. 한 순간의 성공, 한 순간의 감격에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최후 승자가 진정한 승자다. 그러므로 날마다 자기를 쳐서 복종시켜야 한다. 교만을 몰아내고 깨끗이 청소했으면 이제 내 영혼과 삶을 겸손으로 채워야 한다. 한편으로는 완전히 비우고 한편으로는 부단히 채우는 생활을 일생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비움과 채움이라는 영성의 두 바퀴를 균형 있게 잘 굴릴 때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 승리의 면류관을 쓸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정상의 자리에 오르거나 지키려면 이처럼 매일 수행자처럼 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금방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뒤처지고 최고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세상이 악해서 우리가 넘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교만해져서 바로 서지 못하기 때문에 넘어지는 것이다. 교만해지려는 본능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을 복종시키며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 평생 자신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이 원리는 그러나 아무리 해도 대부분 지키기 어려운 것이어서 말하는 사람 자신도 부끄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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