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공공기관에서 직원을 불법채용한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의료 관련 자격증 소지 등 자격자체가 안되는 직원의 자매, 조카, 자녀에게 응시자격을 임의로 부여해 최종 합격시킨 국립대병원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영홈쇼핑에서 고위직의 자녀를 신규 채용 시험도 거치지 않고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가 공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에 나온 채용비리 사례다. 이번 조사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불법행위와 친인척 특혜 채용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이 쓴 수법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임시적으로 채용한 후 슬그머니 정규직으로 바꾸는 방법과 응시자격을 바꾸거나 그럴싸하게 임의적으로 만드는 것 등이다.

문제는 누구보다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할 공공기관에서 버젓이 이 같은 사례가 만연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운영의 원천은 국민의 혈세로부터 출발한다.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사실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갈수록 교묘해지거나 뻔뻔해지는 수법 또한 혀를 내두를 정도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는 2017년 5월 용역업체 관리를 총괄하는 소장이 본인이 관리하는 용역업체에 본인 동생과 지인을 채용하도록 청탁했다. 이렇게 채용된 동생과 지인은 지난해 슬그머니 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실력과 점수가 모자라자 면접시험에서 후한 점수를 부여해 당락이 엇갈린 사례도 적발됐다. 전남테크노파크는 지난해 10월 임원 자녀가 서류전형 및 필기시험에서 2위였지만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줘 1위로 최종 합격시켰다.

징계요구 대상 공공기관 50곳 가운데 부처별로 교육부 산하기관이 1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국토교통부(9곳), 보건복지부(4곳), 중소벤처기업부·환경부(3건) 순이었다.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계기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추진단'을 발족해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약 3개월간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범정부 차원에서 전수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혀를 차면서도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속칭 셀프감사를 한 것이 이 정도라면 숨겨진 비리는 도대체 얼마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대형 공기업만 5개 기관이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기업 어느 한 곳이라도 비리가 없는 기관이 없다는 것을 믿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정치권에서 공수처 등 고위직 기관에만 초점을 두는 동안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비리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

사법처리를 차치하고라도 이들의 불법행태를 뿌리뽑아야 할 상설 감시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사후약방식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징계만으로는 부족하다. 안 걸리면 좋고 걸려도 옷 벗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공직자 비리는 암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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