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새해 보름인데 창 밖에는 비가 내리니 지난 세월이 주마등같이 스쳐간다. 불교에서 말하는 팔고(八苦) 중에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라는 말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사람과 잠시 동안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리움 속에 밤을 지새우기도 하는데 사랑하는 부모나 배우자와 사별(死別)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면 그 괴로움을 어찌 글로 적을 수 있을까?

지난 세월 속에 50년대 사랑하는 남편을 전쟁터로 보낸 젊은 아내가 전사해서 돌아온 남편의 유골을 안고 울부짖다 실신한 모습이 떠오른다. 부모나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시묘를 살거나 매일 아내의 무덤을 찾는 모습을 가끔 TV에서 보게 된다.

애별리고(愛別離苦),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은 우리에게 괴로움을 더해준다. 헤어짐이 고통이지만 ‘원망하고 증오하면서 만나야 하는 고통’을 원증회고(怨憎會苦)라고 한다.

미워하는 사람과의 만남도 또한 크나큰 고통이다. 가족들 간에 미워하며 함께 사는 것도 고통이지만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와 미움 속에서 함께 생활한다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가 쌓이며 고통스럽겠는가? 공중전화기 앞에 서서 전화를 기다리다 앞에 선 사람이 전화를 늦게 받는다고 시비 끝에 칼부림을 하여 상대방을 죽음으로 모는가 하면 부모님께 걱정을 듣던 자식이 자세를 바로 잡고 반성은 하지안고 격분하여 둔기로 부모를 살해한 모습은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 이분법적 흑백논리 속에 나와 다르면 적(敵)으로 돌리고, 극단적인 대립 속에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막가파식으로 살아가는 모습들을 발견하며 지난 날 교단에 서서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도록 노력하자고 제자들에게 기회만 있으면 일깨워주던 때가 생각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애기애타(愛己愛他)라고 했다. 나를 사랑하며 또한 이웃도 사랑하자. 카로사는 “인생은 만남”이라고 만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라고 좋은 만남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잘못된 만남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니 차라리 만나지 아니함만 못하지 않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내가 내 마음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며 살아가는데 남이 어찌 내 마음과 같아지기를 바라겠는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며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며 살아가노라면 갈등도 풀리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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