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경찰 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안이 확정 발표됐다. 자치경찰제가 올해 안에 서울과 세종, 제주 등 5개 시·도에서 시범 실시되고 2년 후 부터는 전국적으로 확산해 시행된다. 지금 국가경찰 체제의 비대화를 막고 주민 친화적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치경찰제는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여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이번 개선 방안은 지난해 11월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가 발표했던 내용이 골자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착까지는 난제도 많고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추진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업무와 권한 분장이다.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생활 밀접 분야만 지방경찰로 넘기기 때문이다. 정보·보안·외사·경비 업무와 광역범죄, 일반 형사사건까지는 국가경찰이 담당하고, 기존 지방경찰청과 경찰서도 유지되기 때문에 완전한 자치경찰제라 하기는 그렇다. 중앙집중적 경찰권력의 분산이라는 자치경찰제 취지로 보면 미흡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 이행 과정에서 풀어야 할 난제가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의 이원화로 당장 치안 현장의 업무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떠넘기기와 중복 처리 등의 부작용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이다. 개정될 경찰법은 합의제 기관인 시도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의 지휘부 후보군을 추천하지만, 시도지사가 최종 임명권을 행사하기로 됐기 때문이다.

공정·중립성을 고려했지만, 인사권자인 자치단체장의 권한 남용의 입김에 휘둘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임명권을 갖고 있는 자치단체장으로의 정치적 종속과 지역 토착세력과의 유착, 경찰의 자치경찰 기피 현상 등에 대한 해결책 마련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허점을 보완하는 일이 급선무다. 자치단체장의 '사병화'가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인사권을 쥔 시·도지사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놓거나 비리를 눈감아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경찰의 감사 등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강제할 이중삼중의 제도적 장치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국가경찰의 정보업무 제한 등을 주장하는 검찰은 경찰에 정보 수집 권한을 계속 부여하는 이번 방안대로라면 경찰의 부작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수사권을 놓고 검찰이 지나치게 경찰을 견제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경찰 권력의 비대화 또한 방관할 문제는 아니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커지는 경찰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내걸었는데 정부안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자치경찰제의 문제점은 국가경찰의 권한과 인력을 점진적으로 지방경찰로 더 넘기는 방향으로 풀어가면 된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없다고 가정하면 당정청이 합의한 식의 자치경찰제를 도입한 뒤 서서히 권한을 확대하는게 새 제도의 연착륙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 자치경찰에 비춰 보면 당정청이 합의한 제도는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비판이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자치경찰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우리의 치안 수준을 선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시범 시행 기간에 혼선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자치경찰제의 성공적인 안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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