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지난 20일 향년 98세를 일기로 타계하신 백범 김구 선생의 비서를 지내신 김우전 선생님이 생전에 하신 말씀 중에 ‘친일파는 일제가 물러간 뒤에도 좋은 벼슬을 차지하고 후손들도 승승장구했지만,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찢어지는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며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에 대해 제대로 된 예우를 갖출 줄 모르는 우리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셨다.

생존해 계신 독립투사와 독립유공자 후손 등 광복회원 6830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5.2%가 최저임금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운동 후손의 70%가 극빈층이거나 차상위계층이라는 말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장학금을 주면 선생님한테 오히려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다는 것이다. 독립운동 후손이라고 자랑스러워해야 함에도 가난하기 때문에 돈을 받는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것이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친일파 후손은 1177명으로 조사되었고, 직업별로는 기업 대표 혹은 임원이 약30%(376명), 대학교수 191명, 의사 41명, 언론인 46명 순이었고, 약30%(346명)는 한국 국적을 버린 것으로 조사되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가난으로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했던 반면에 친일자손의 32%(381명)는 소위 SKY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정치인, 공직자, 법조인, 언론인 등 사회의 공적영역에서 리더역할을 하는 그룹에 14%(163명)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을 더욱 암담하게 한다. 이들의 후손 가운데 64명은 친일재산 환수특별법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으로 세분화되면서 사회가 개인주의화 경향이 강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종종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개인주의(individualism)는 포커스가 개별적인 ‘나’인가 혹은 사회속의 ‘나’에 있는가로 구분하는데 후자는 집단주의로 구별된다. 개인주의가 신념에 가깝다면 이기주의는 개인의 성향으로 볼 수 있다. 즉,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개인의 이익(self-interest)추구에 과도할 만큼 초점을 두고 있음을 가리킨다.

세계적으로 그들의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한 멤버가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던 사진을 이유로 일본 음악방송출연이 취소된 것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잔혹했던 전범행위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모 여배우는 ‘독도사랑 캠페인’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일본에서의 드라마 방영에 대한 항의가 잇달았다.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70년의 남북대결 시대를 넘어 평화의 시대를 향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적은 글귀다. 제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통해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고자 하는 노력이 남·북·미·중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집요한 일본의 방해공작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오바마정권에서 지나치리만큼 일본의 외교에 밀려있던 한국이 더 이상 밀려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을 위해 100년 전, 가산을 팔아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선열과 후손들에게 통일된 조국을 선사해야 할 책임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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