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우리나라 가계 빚이 2018년말 기준으로 1,530조원을 초과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증가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소득증가 속도보다 빨라 큰 부담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증가율이 10%였던 과거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규모가 커진 구조하에서는 증가율이 낮다고 안심할 수 없어 재정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어서 걱정이다. 최악의 소득격차로 발표된 자료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있는 것은 안타깝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그렇지만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통계지표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일이 때로는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2018년 가계소득동향에 따르면 1분위 하위가구의 월평균소득이 20%정도 감소해 최근 가장 큰 감소폭이다. 특히 이들의 근로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37%나 줄어 하락폭에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일반적 견해로는 지난해 급격한 임금인상으로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런데 소득 최상위인 5분위는 전년대비 10%이상 증가했다. 저소득층은 낮아지고 고소득층은 높아지는 소득분배의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다. 즉 균등화 처분가능소득배율이 4.6에서 5.5배로 급등해 소득분배가 구조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구조 붕괴로 인한 원인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 중론이다. 이를 거스르려면 해석의 오류가 크고 싸늘한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20대의 지지율 성향을 보고 최근의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정치인은 그렇다면 60, 70년대 교육이 잘되었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제 편한대로 제 입맛대로 해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표에 대한 해석오류는 중대한 사안이다. ‘남의 탓’에 익숙한 전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명목소득이나 실질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하면서, 70세 이상의 저소득 가구주가 40%가 넘으므로 이들에게 퍼주고 있는 노인일자리 60만개, 인상되는 기초연금, 장애인연금의 인상 등으로 지표가 호전될 것으로 장담하고 있는 정책입안자나 소수 몰지각한 무능 정치인 때문에 크게 실망하고 등돌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경기침체여파로 빚갚을 능력이 없어지는 저소득, 고령자, 실업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금융회사 빚을 탕감해주기로 해서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한다. 낮은 신용도를 가진 이들의 빚이 소득의 70%에 해당할 정도로 채무상환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저소득층에게 퍼주기식 복지 혜택을 주면서도 소득주도형 분배의 잘못을 재검토해 보고 정책보완이나 방향전환이 요구되고 있으나, 다시 개인채무자 부채탕감으로 이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재기지원을 위한 정책이 또다시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걱정이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증가하는 것이 놀아도 수당을 탈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고 일을 그만 둔다 해도 전혀 죄책감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도 방치할 수만은 없는 현상이다.

이미 1,000만원 이하의 장기소득연체자 빚은 전액 탕감하거나 이자를 탕감해준 전례가 있으나, 실제 원금을 일정비율 탕감해준다면 자칫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사회풍토가 만연되게 되고, 있는자는 빚을 갚아야하고 없는자는 탕감받는 대립갈등의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사한번 안해보고 월급한번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정치인들이 내놓는 정책은 현실성이 없고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번 통계지표 참사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실패라기보다는 누적되어온 사회적 불안이나 구조적 퇴행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싶다. 저소득층의 붕괴는 곧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한 대가로 정당한 보상을 적정하게 받는 사회가 공정사회로 나아가는 첩경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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