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호의 사설 돋보기 27화 - 이시종 지사가 도민에게 빚졌다
등록일 : 2016-07-20 17:18:14
사설을 통해 지역의 현안과 핫이슈를 살펴보는 '사설돋보기', 이번에는 우여곡절 끝에 예산이 부활된 충북도의 무예마스터십에 관한 겁니다.

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된 충북도의 세계무예마스터십 추경 예산이 예결위를 거쳐 7월 20일 가까스로 살아났습니다. 어차피 벌린 일, 손님을 초청해놓고 집안 망신시킬 수 없다며 벼랑 끝 전술로 읍소한 충청북도의 처지를 도의회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주민을 대변하는 의회의 당초 예산안 삭감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올 본예산(당초 예산)에 41억 4400만원을 편성할 때부터 도는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당장 1회 추경 때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증액을 요청했습니다. 그때 의회가 “세계 행사를 치르려면 보다 세밀한 준비와 검토가 필요하고, 그에 따라 예산을 잡아야 함에도 단 몇 달이 지나 돈이 모자란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따졌지만 한 번만 증액시켜주면 무난하다는 말에 5억 1100만원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던 게 2회 추경 때 다시 돈이 더 있어야 된다며 30억 원 증액 편성안이 올라왔습니다. 충북도가 도저히 1회 추경 예산 갖고는 행사를 치르기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자연 도의회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세계대회라고 하면서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느냐는 지적이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점도 거론됐습니다. ‘무술올림픽’으로 부를 정도로 판을 키울 것이면 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을 받았어야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 정부 예산 지원이 뒤따라 재원 마련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게 도의회의 진단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일은 정반대로 진행됐고, 예산에 맞춰 사업을 벌이는 게 아니라 벌리고 싶은 사업에 따라 예산을 꿰맞춘다는 질책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웃 충주에서 무술축제가 열리는데 구태여 충북도가 나서 비슷한 행사를 개최할 필요가 있느냐는 효용성 논란 역시 그치지 않았습니다.

도의회의 이 같은 지적을 충북도 역시 대부분 인정하고 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의 미흡함도 시인했습니다. 이시종 지사도 마음이 급한 나머지 도의회 의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고, 도청 관계자 모두가 의원들을 상대로 ‘예산 부활시키기’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습니다. 그 결과 예산은 가까스로 살아났습니다.

행사를 기획하다 보면 내용이 바뀔 수 있고, 예산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도의회 문턱을 넘는 것부터 어렵다면 충북도의 준비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곱씹어 봐야 합니다. 앞으로의 다른 사업을 위해서도 이번 ‘예산 살리기’를 교훈으로 삼는 충북도의 반성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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