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호의 사설 돋보기 40화 - 추진력 잃은 개헌 제안과 대통령의 사과
등록일 : 2016-10-26 16:33:39
사설을 통해 현안과 핫이슈를 살펴보는 ‘사설 돋보기’, 이번에는 정국을 요동치게 하다 온 나라를 충격의 수렁에 빠뜨린 대통령의 개헌 제안과 ‘최순실 게이트’, 그리고 대국민 사과에 관한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24일)과 비선 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사전 열람 파문, 이어 나온 대통령의 대국민사과(25일)로 온 나라가 공황 상태에 빠졌습니다. 야당은 물론 국민이 이 메가톤급 사건을 국기 문란, 국정 농단으로 규정하며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 씨의 '사전 검열'사건으로 대통령이 꺼내 든 개헌 제안은 단 하루 만에 그 추진력을 잃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최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 이른바 '우·순 게이트'로 지지율이 추락하며 국정 주도권을 빼앗긴 대통령과 여당의 정략적인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50년, 100년 앞을 대비하고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호소가 먹혀들지 않고 있습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지금 대통령이 하려는 개헌은 정치인을 위한, 정치인이 원하는 것이지 국민을 안중에 둔 논의가 아니다. 지금은 개헌을 꺼낼 시점이 아니다"고 혹평한 것으로 뉴시스는 보도했습니다.

이런 비난을 정치 공세로 치부하기엔 박 대통령 자신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고,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올 초 신년 기자회견과 4월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지금 개헌을 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며 거듭 반대한 것을 돌이켜볼 때 군색해집니다. 여기에 최 씨의 ‘사전 검열’파문까지 터지며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개헌은 국회를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국회가 주도권을 잡는다고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당장 제1야당 대표가 지금은 '게이트'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반대했고, 교통정리 역시 쉽지 않습니다. 우선은 개헌을 권력 구조만 바꾸는 원포인트로 하는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기본권을 비롯해 복지 환경 통일 등 전반을 다뤄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권력 구조만 손댄다 해도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 주장이 난무한 상태입니다.

이러니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헌법 체제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로 개헌을 추진한다면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서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 주도의 강력한 추진과 달리 다양한 이해 표출로 국론을 집약하는 게 힘들더라도 개헌의 주 무대는 국회여야 합니다. 나아가 그 무대에는 국민의 뜻과 열망이 담겨야 합니다.
댓글(0)
이름 :    비밀번호 :

비주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