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호의 사설 돋보기 45화 - 박 대통령, 승부수 그만 던져라
등록일 : 2016-11-30 18:41:53
사설을 통해 현안과 핫이슈를 살펴보는 ‘사설 돋보기’, 이번에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의 세 번째 담화에 관한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 29일 임기 단축을 포함한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국정 농단, 국기 문란, 헌정 유린이라는 희대의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적 퇴진 요구가 봇물 터지듯 하면서 이르면 12월 2일 처리가 예상됐던 탄핵 의결을 앞두고 내린 전격적인 발표였습니다.

그동안 물러나라는 요구에 헌법 정신을 내세워 거부했던 대응에서 변화된 모습입니다. 그러나 여당이 "사실상 하야"라며 의미를 부여한 것과 달리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야권은 탄핵을 피하려는 교란책, 꼼수라고 평가 절하하며 예정된 탄핵을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발표한 이날 입장 표명에서 정치권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된 정권 이양 방안을 만들면 그 일정과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퇴진이라는 공을 국회에 넘긴 것입니다.

하지만 1, 2차에 이어 이번 3차 담화 역시 대통령의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국정 혼란을 빚은 작금의 사태에 대해 한없는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퇴진 일정을 정하지 않고 국회에 미뤘습니다. 이는 여야 정치권이 쉽게 합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다분히 정쟁을 예상한 정치적 셈법이라는 비난입니다. 야권에서는 '무서운 함정'이라는 평까지 했습니다.

이 정치적 셈법은 눈앞에 와있는 탄핵을 피하면서 탄핵에 동조하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을 흔드는 정략으로 의심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를 방증하듯 여당은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이 자신으로 인한 국정 마비 상태를 제자리로 돌리고, 그 잘못을 국민에게 사죄하려는 것이라면 퇴진 일정 또한 스스로 밝혀야 합니다. 그 일정에 따라 국정 공백을 막고, 정권 이양이 되도록 하는 게 책임지는 지도자의 모습이고 국민이 원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끝내 결자해지(結者解之) 않고, 국회로 떠넘겼습니다. 이를 정치적 승부수로 던진 건지 몰라도 탄핵과 하야라는 두 가지 선택지뿐이 없는 현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을뿐더러 오히려 그나마 남아있던 한 가닥 믿음마저 저버리게 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안팎의 목소리는 이제 여권 내부에서도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우군인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이 11월 28일 '명예로운 퇴진'을 제시한 데 이어 하루 뒤인 29일에는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까지 같은 카드를 꺼냈습니다. 앞서 27일에는 정·관계와 종교계 원로들이 내년 4월까지 물러나라는 구체적 일정을 제시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주문을 외면한 채 박 대통령은 난국을 풀어나갈 진솔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3차 담화를 발표하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얘기할 기회를 가지겠다고 했습니다. 늦게나마 그때라도 진퇴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일정을 밝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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