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호의 사설 돋보기 48화 - 어정쩡한 국정 역사교과서 유예
등록일 : 2016-12-28 17:51:21
[충청일보] 사설을 통해 현안과 핫이슈를 살펴보는 ‘사설 돋보기’, 이번에는 근 1년 넘게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다 유예키로 한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입니다. 

국론 분열을 가져왔던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이 1년 유예됐습니다. 반대 여론이 드센 데다 어수선한 현 정국과 맞물려 정부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이지만 내년 대통령선거가 있다는 걸 감안하면 현 정권에서 다음 정권으로 '뜨거운 감자'가 넘어간 셈입니다. 사실상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러나 전국 교육감과 야권에서는 완전 폐기가 답이라며 "유예는 꼼수" "교육부가 져야 할 책임을 학교 현장으로 전가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국회에 묶여 있는 국정 교과서 금지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키자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교육부는 12월 27일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도입을 1년 유예키로 했습니다. 대신 2017년 국정 교과서를 쓰는 연구학교를 지정하고, 2018년 도입 땐 국·검정 교과서를 함께 사용키로 했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도입 발표 이후 획일화된 역사관 주입이냐, 편향된 역사관 바로잡기냐를 놓고 1년 넘게 찬반 공방을 벌인 민감한 사안입니다.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가 좌 편향이어서 이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찬성 측과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에 접근하는 게 교육의 본질임에도 강요된 논리를 학교 현장에 주입해선 안 된다는 반대 측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한 애착을 가지면서 현 정권의 목적 있는 추진이라는 우려가 뒤따랐습니다.

현 정권이 의도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지난 11월 28일 현장 검토본이 공개되면서 또 한 번 불을 지폈습니다. 박 대통령의 선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의 미화,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엇갈린 해석 등에서 여론이 부닥쳤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산업·근대화의 공(功)이 있는 반면 독재와 일제강점기 전력의 과(過)가 있음에도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했고, 건국절 역시 헌법이 명문화한 임시정부 법통을 외면했다는 거센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달 23일까지 접수한 현장 검토본 의견 수렴에서도 63% 넘는 부정적 의견이 집계됐습니다. 교육부는 이런 충돌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혼돈이 이어지자 방향 선회를 고민하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한 채 지금까지 왔습니다.

교육부의 1년 유예 결정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 문제는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러나 조기 대통령선거가 예상되는 현 시국에서 추진력이 계속 유지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설사 차기 정권에서 국정 역사교과서가 폐기된다 하더라도 2015년 바뀐 교과과정에 따라 검인정 교과서도 새로운 편찬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래저래 역사 교육은 혼란이 불가피하고, 정치 환경에 따라 교과서 정책이 오락가락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어정쩡한 결정을 했지만 반대 여론으로 도입 강행을 한 발 물리게 하고, 단독 사용을 포기케 한 건 의미가 있습니다.
댓글(0)
이름 :    비밀번호 :

비주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