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진 변호사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보장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질서 확보 없이는 창의적인 문화·기술 발전도, 그를 통한 이익 창출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 취지도 그러하다.

우리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상호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제하여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현재 11개의 행위유형을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으로 열거하고 있다. 어떠한 것이 구체적으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결국 법원의 판단에 의해 가려질 수밖에 없는데, 이번 편에서 소개할 공연,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의 제목을 차용하여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된 사례로는 ‘캣츠’와 ‘별이 빛나는 밤에’ 가 있다.

A사는 영국 RUG사와 독점적 공연권 등의 공연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여 국내에서 '뮤지컬 CATS'를 공연하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한 제작사도 이와 유사한 이름의 '어린이 캣츠', ‘뮤지컬 캣츠’, ‘라이브 뮤지컬 어린이 캣츠’ 등을 제작 공연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뮤지컬의 제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뮤지컬의 창작물로서의 명칭 또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에 그치고 그 자체가 바로 상품이나 영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뮤지컬 CATS’는 동일한 각본·악곡·가사·안무·무대미술 등이 이용된 뮤지컬 공연이 회를 거듭하여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동일한 제목이 이용된 후속 시리즈 뮤지컬이 제작·공연된 경우로서 뮤지컬의 제목 자체로 그것이 특정인의 뮤지컬 제작·공연 등의 영업임을 연상시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인다며, 별도의 공연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캣츠’라는 제목을 뮤지컬 공연 제목으로 차용한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를 사용하여 영업주체를 혼동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13507 판결 참조).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제목에 대해서도 우리 법원은 같은 판단을 내렸다.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제목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는 주식회사 문화방송은 지난 2016년 주식회사 문화방송의 동의를 받지 않고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제호로 뮤지컬 공연을 하려는 B주식회사를 상대로 제호 사용 등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이에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제호는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주식회사 문화방송의 방송프로그램 제작·방송업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르러 주식회사 문화방송의 영업표지에 해당하고 해당 영업표지는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어 B주식회사가 이러한 제호를 사용하여 공연을 개최할 경우 일반 수요자들이 B주식회사의 영업을 주식회사 문화방송의 영업으로 오인하거나 두 회사가 자본, 조직 등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을 우려가 있어 이 역시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를 사용하여 영업주체를 혼동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5. 3. 자, 2016카합50133 결정).

지금까지의 사례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영업표지를 차용할 경우 거래자 또는 수요자 등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를 누릴 수는 있으나, 자칫 이것이 동종 업계의 해당 영업표지 주체의 활동으로 혼동될 여지가 있어 부정경쟁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약력>

한양대학교 법학과,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졸업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 조태진 변호사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 / 변리사

㈜굿앤굿 자문 변호사

대한특허변호사회 이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 고문변호사

사단법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고문변호사

(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전)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이코노믹리뷰 / 삼성생명 WM 법률칼럼니스트

내일신문 경제칼럼니스트

충청일보 ‘경제야 놀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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