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甲)회사 디자인팀에서 근무하다 을(乙)회사 디자인팀으로 이직한 A과장은 퇴사를 하면서 자신이 작업했던 일러스트 파일을 가지고 가서 을(乙)회사에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갑(甲)회사는 비록 A과장이 해당 일러스트 파일을 만들었지만 이는 업무상 만든 저작물이므로 저작권이 갑(甲)회사에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A과장은 해당 일러스트 파일은 자신이 디자인한 것이므로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을까?

 

저작권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창작자가 저작자가 된다. 그런데 이 원칙에는 예외가 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법인, 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며 이른바 ‘업무상저작물’에 대해서는 달리 보고 있기 때문이다(제9조 참조).

보다 구체적으로 업무상저작물과 관련하여 법인 등에게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로서의 권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법인 등이 저작물의 작성을 기획할 것 ②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 즉 사용관계에 있는 종업원이 작성하였을 것 ③ 특히, 해당 저작물은 종업원이 업무상 작성하였을 것 ④ 법인 등의 명의로 해당 저작물이 공표되었을 것을 요한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의 경우에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었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의 경우에도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로 하고(제2조 제2호), 저작권은 저작한 때로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제10조 제2항), 저작인격권은 이를 양도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인 권리(제14조 제1항)로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들은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변경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당사자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실제로 제작하지 아니한 자를 저작자로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31309판결 참조)’고 하면서도, ‘고용관계가 아닌 도급계약인 경우에라도 주문자가 전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을 하고 자금을 투자하면서 개발업자의 인력만을 빌어 그에게 개발을 위탁하고 이를 위탁받은 개발업자는 당해 프로그램을 오로지 주문자만을 위해서 개발·납품하여 결국 주문자의 명의로 공표하는 것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창작한 프로그램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주문자를 프로그램 저작자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다60590 판결 참조)’고 판시하는 등 업무상저작물의 저작권자를 법인 등으로 보는데 적극적인 입장이다.

다시 원래의 사례로 돌아가 보면, A과장이 갑(甲)회사에서 만든 일러스트 파일의 저작권은 과연 누구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까? 이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다르겠으나, 만약 A과장이 갑(甲)회사에서 개인적인 업무의 편의를 위해 자신이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갑(甲)회사 명의로 외부에 공표된 적도 없는 것이라면, A과장에게 저작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당연히 해당 일러스트 파일의 저작권은 갑(甲)회사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A과장이 을(乙)회사로 이직한 후 해당 일러스트 파일을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배될 수 있다. 특히 해당 일러스트 파일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영업비밀로서 갑(甲)회사가 이를 관리해 온 것이라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업무상 배임 등 형사적 처벌 및 그에 따른 민사적 손해배상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약력>

한양대학교 법학과,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졸업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 조태진 변호사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 / 변리사

㈜굿앤굿 자문 변호사

대한특허변호사회 이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 고문변호사

사단법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고문변호사

(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전)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이코노믹리뷰 / 삼성생명 WM 법률칼럼니스트

내일신문 경제칼럼니스트

충청일보 ‘경제야 놀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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