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봉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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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대법원 2019.11.14.선고 2018다200709 판결)을 하였다. 이 판결로 인하여 많은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관련하여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이외에 개별 근로자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것인지, 이미 도입한 임금피크제나 취업규칙의 변경이 무효가 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A회사에서 2003. 3.경부터 근무한 B는 2014. 3.경 기본연봉을 70,900,000원으로 정한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A회사는 2014. 6. 25.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 규정을 제정·공고하고, B에게 임금피크제 적용을 고지하였으나 B는 임금피크제 적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A회사는 2014. 10. 1.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해 대법원은,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보충적 효력을 부여한 근로기준법 제97조의 내용과 입법취지를 고려한 반대해석상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되며,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집단적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하므로 임금피크제 규정의 제정으로 유리한 기존 연봉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위 판결의 의미는 모든 경우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개별 근로자의 동의까지 필요하다는 의미일까? 근로기준법 제94조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로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판결을 이 규정과 어떻게 연결하여 이해해야 할지 살펴본다.

위 판결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① 근로계약의 내용이 취업규칙의 내용을 확인하는 의미인 경우와 ② 근로계약의 내용이 취업규칙과는 별개의 계약인 경우로 구분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근로계약의 내용이 취업규칙의 내용을 확인하는 의미인 경우, 예를 들어, 취업규칙에 정해진 호봉표에 따라 근로계약에서 적용 호봉을 명시하고 해당 임금액을 표시한 경우에는 근로계약의 내용은 취업규칙에 정해진 호봉표의 내용을 확인하는 의미이므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로 호봉표가 불리하게 변경(각 호봉에 해당하는 임금액이 감소)되는 경우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근로계약의 내용은 취업규칙의 확인, 즉 취업규칙에서 정한 정형적인 근로조건으로서 집단적으로 규율되는 사항을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할 뿐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개별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근로계약의 내용이 취업규칙과는 별개의 계약인 경우, 예를 들어, 취업규칙에 ‘임금수준 등 임금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개별 근로계약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근로계약에서 임금항목과 임금액 등을 정한 경우에는 근로계약이 취업규칙의 내용을 확인하는 의미, 즉 취업규칙에 의해 집단적으로 규율되는 근로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규칙과 별개로 개별적인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이러한 내용은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다261387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음).

위 판결의 사례를 다시 살펴보면, B의 연봉계약은 취업규칙의 내용을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취업규칙과는 별개로 연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며, B는 2014. 3.경에 연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해당 연봉계약기간은 2015. 2.(적어도 2014. 12.)까지일 것으로 보이는데, 연봉계약기간 중간인 2014. 6. 25.에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2014. 10. 1.부터 연봉을 감액한 상황인바, 연봉계약기간의 중간에 취업규칙에 의해 규율되지 않는 연봉계약의 내용을 취업규칙 변경으로 불리하게 변경할 수는 없으므로 위 판결은 위에서 살펴본 두 번째 경우를 재확인하는 의미의 판결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위 판결의 의미를 모든 경우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일반화하여서는 안 되고 위 두 번째 경우에만 한정하여 적용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향후 기업의 인사노무관리 측면에서는 취업규칙과 근로(연봉)계약서의 내용을 정비하여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취업규칙에 임금(연봉)에 관한 규정을 포괄적(ex : ‘연봉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연봉계약서에 따른다.’ 등)으로 정하기보다는 임금항목과 임금의 결정방법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연봉계약서에도 ‘본 연봉계약의 내용은 취업규칙 제00조~제00조의 규정에 따라 작성되는 것이며, 취업규칙이 변경되는 경우 본 연봉계약도 취업규칙에 따라 변경됨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여 취업규칙 내용을 확인하는 의미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근로계약서의 내용 중 임금 이외의 부분이 취업규칙에 정함이 없거나 상이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해당 부분에 대해 취업규칙이 근로계약보다 불리하게 제정되거나 변경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 근로계약서에 ‘본 계약에서 정한 내용에 대해 취업규칙으로 달리 정하는 경우(취업규칙의 제정 및 변경)에는 취업규칙이 정하는 바에 본 계약의 내용이 변경되는 것에 동의한다.’라는 문구를 명시하여 집단적 의사결정에 따라 근로계약의 내용이 변경됨에 동의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약력>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 한정봉 공인노무사

HnB컨설팅노무법인 대표 노무사

삼성전자 DS총괄 자문노무사

한국생산성본부 전임강사(전)

씨에프오아카데미 전임강사

중소기업청 비즈니스 파트너 전문위원

노사발전재단 전문컨설턴트

㈜굿앤굿 자문 노무사

충청일보 ‘경제야 놀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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