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2020년 새해 벽두부터 EBS 교육방송의 교육대기획 10부작 ‘다시 학교’가 학교의 의미를 물으며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교사주도 강의형 수업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수업을 말한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은 가장 많지만 학습 효율화 지수는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 교사주도 강의형 수업을 꼽았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은 모두 인터넷에 있으므로 지식 주입형 수업보다는 학생 스스로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학생주도형 수업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수업 방법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게 하는데 적절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러한 교육 방법을 개발하고 학생주도형 수업을 했던 영국, 핀란드, 프랑스 등의 나라가 교사주도 강의형 수업을 다시 소환시킨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국은 1990년대부터 토론이나 팀 프로젝트 수업 등 학생주도형 수업을 시작한 나라로 알려졌지만 학업성취도 하락으로 교사주도 강의형 수업으로 교육시스템을 바꾸었다. 학업성취도 최우수등급을 받은 리치 아카데미 펠트햄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은 장악하며 수업에 몰입시키고 있다. 교사가 학생들을 장악한다는 것보다 수업 진행이 강의와 판서, 노트 필기 중심의 전통적 수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핀란드는 우리나라 혁신학교를 주도하는 진보교육감들의 성전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학생주도형 수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강하게 일고 있다.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잠자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 불안정한 교실 상황에서 우수한 학생 몇몇만 교사와 소통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배움에서 소외되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최우수 국가인 핀란드가 수학이 11위로 추락하고 교육 불평등 지수는 우리나라와 함께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학생 중심의 새로운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학력을 저하하고 이것이 학부모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도 일찍이 학생주도형 수업을 도입했으나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수학을 가장 못하는 나라로 전락하였다. 학생 활동 중심의 재미있는 수업은 상위층 학생에게는 유리하나 자율성이 없고 기초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배움이 아니라 단순한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학생주도형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5년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늘어나고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읽기, 수학, 과학 분야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 초중고 모든 학교에 2015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이에 학생주도형 수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학습량은 20%가량 축소되고 주요과목 평균시수도 OECD 국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겼던 교육선진국이 지식 주입 중심의 교사주도 강의형 수업으로 교육시스템을 바꾸는 시점에 우리 교육의 대처 방안이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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