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네팔 고산지대인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에서 지난 주말 눈사태가 발생해 한국인 교사 4명이 실종됐다.

충남도교육청 국외 교육봉사단 소속인 이들은 갑작스럽게 기상이 악화되면서 하산길의 선발대로 나섰다가 예기치 않은 눈사태를 만나 네팔인 가이드 2명과 함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뒤에서 함께 트레킹하던 나머지 5명의 교사는 산사태를 보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참변을 면했다고 한다.

수색 작업은 추가 산사태 등 현지의 날씨가 좋지 않아 중단됐다가 21일 오전 재개됐다.

이날 오전 네팔군 구조 특수부대 요원들이 포카라 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사고 지점으로 출발, 임시로 만든 착륙장에 내려 수색을 시작했다.

특수부대원 9명이 이날 처음 투입됐다고 한다.

이들은 헬기가 착륙하지 못할 경우 공중에서 밧줄을 타고 사고 지점에 하강할 수 있도록 훈련된 요원들이다.

육로를 통한 수색 작업은 기상 악화로 재개되지 못 해 민·관·군 50여 명이 대기 중이라고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 6명이 먼저 가 있던 포카라에는 이날 다른 실종자 가족 3명과 충남교육청 관계자 7명이 추가로 도착했다.

사고 당시 충남교육청 외에 전남교육청의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 히말라야팀'에 참가한 학생과 교사 21명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반에 나서려다  눈사태 소식을 듣고 곧바로 철수해 화를 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애가 탄다. 신속한 구조를 국민들과 함께 기원한다"고 말했다.

교육 봉사를 갔다가 당한 사고여서 더욱 안타깝다는 뜻도 전했다.

충남교육청은 이 해외 교육 봉사를 8년째 진행해왔으며 참여 교사들의 만족도도 높았다고 한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트레킹 코스는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안나푸르나 정상은 전문 산악인들이나 오를 수 있지만 트레킹 코스는 일반인들도 여행을 겸해 다녀올 수 있다.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교사들도 봉사 활동 사이 수업이 없는 주말에 짬을 내 현지의 문화·자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트레킹에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상대적으로 안전한 트레킹 코스라 하더라도 고산지대라는 특성을 생각했다면 좀 더 현지 상황을 신경썼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네팔 서쪽 카슈미르에서 지난 주 폭설과 눈사태로 76명이 숨졌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폭설과 홍수로 39명이 숨지는 등 네팔 주변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났는 데도 이를 간과한 게 아닌가 한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여행을 하든 봉사에 나서든 가장 중요한 사항은 안전이다.

못내 아쉽고 안타까운 지점이다.

또 이번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포털에 게시된 관련 기사들에 '무늬만 봉사 활동이고 실제 목적은 트레킹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성 댓글이 상당히 많이 달렸다.

제3세계 오지 어린이들을 위해 수년째 이어진 교육 봉사의 아름다운 뜻이 이번 실종 사고로 인해 한 순간에 훼손되는 듯해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하지만 지금은 실종자들의 생존을 바라며 수색과 구조에 전념해야 한다.

정말로 교육 봉사의 가면을 쓴 해외 여행 프로그램이었다 하더라도 사고가 수습된 후에 잘잘못을 따지고,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고쳐가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비난부터 쏟아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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