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천 입시학원장

[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출퇴근 때 늘 지나치는 동네 사진관이 있다. 그 사진관 벽에는 지나가는 이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인물 좋고 단란해 보이는 가족사진이 걸려있다. 아마도 호객용으로 걸어 놓았을 사진은 사진관의 영업에 꽤 기여했을 것이다.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보는 대부분은 피사체가 되었을 그 사진의 주인공들도 행복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저 지나치는 그 사진의 이면에는 두 가지 진실이 있다. 하나는 그 가족이 최고로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표현했지만 그게 그 가족의 어느 한순간을 표현한 것이지, 현실에서 영원히 지속하는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면은 사진을 보는 시선은 어쩔 수 없이 그 사진을 연출한 사진사의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한 일상의 정지된 순간을 보며, 나머지 모든 시간도 그 사진과 같다고 쉽게 생각하고, 다른 시선을 모두 배제한 사진사의 시선을 자기의 시선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그런 식의 착각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말과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시인이나 소설가들도 왕왕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들며, 저명인사의 말과 글에도 그런 면이 있다. 우리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 글에 표현된 아름다운 정서와 높은 정신세계에 감탄하고, 그의 인격과 삶도 그의 글과 같을 거로 생각한다. 또한 정치가나 유명인사의 정의롭고 통쾌한 주장에 그의 인격 또한 말과 일치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 글과 말이 그 사람의 인격과 꼭 같이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 것이다. 어떤 글이나 말은 그 사람의 수많은 단면 중에 정제된 일면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혹은 일시적으로 일치할 수는 있으나 말과 글이 사람과 항상 일치하는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이다. 글은 아마도 여러 번 확인하고 다듬은 작자의 어느 정신의 한 부분일 것이고, 말 또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그럴듯한 형태로 포장한 채 내보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물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주는 98%가 암흑물질로 덮여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우주는 어둠에 덮여 있지만, 우리는 주위에 빛이 충만하다고 느낀다. 이는 지구가 태양이라는 별에 가까이 위치 한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주 전체로 보면 어둠이 일반적이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빛은 오히려 매우 예외적이다. 그와 비슷하게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의 한순간이나, 빛나는 정신을 표현한 고고한 말이나 글 또한, 어떤 특별한 상태이지 아주 흔한 일반적인 상태로는 볼 수 없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탐험가이며 작가인 리처드 버턴(Richard Francis Burton)은 ‘진실은 수만 조각으로 깨진 거울인데, 사람들은 내 작은 조각이 전체인 줄 아네.’라고 말했다. 우리가 왕왕 오해하는 인간이란 존재, 혹은 인간의 삶은 완성된 상태를 향한 끊임없는 과정이지 결코 완전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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