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이나 사회 전반에 직무급 임금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공론화시동을 걸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중요도가 낮은 직무수행자의 장기근속으로 인한 임금인상이 결국에는 조직에 대한 엄청난 비용부담으로 다가올 것에 대비한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바꾸는 일은 미래의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의의가 크다.

직무급이란 일반적으로 동일노동·동일임금(equal for equal work)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임금체계이다. 이러한 직무급 도입에 있어서 당면하게 되는 기초적인 문제는 도입의 착수부터 완료시까지 어떤 작업이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실시하면 좋은가 하는 것이다. 직무급 도입의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방향성도 잡지 않고 도입에만 치중하여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절차를 충분히 숙지하고 정교하게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정밀한 직무분석을 실시하여 개개의 직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해야 한다. 두 번째는 수집된 직무에 대한 정보를 기초로 직무평가를 실시한다. 세 번째는 평가에 따라 결정된 직무의 가치에 따라 임률을 결정하고 조직 내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조직 현장에서 직무급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직무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하여 평가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 이유는 도입하고자 하는 직무급제도의 형태에 따라 평가의 방법이나 유형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직무분석, 직무평가, 임금제도의 확립이라는 일반적 순서보다 임금제도의 확립, 직무평가, 직무분석의 순서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시행하기가 어렵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한국문화에는 다소 낯설기 때문에 경영진에서 단순히 직무급을 도입한다는 막연한 생각이나 의도만을 가지고 직무분석을 서둘러 실시하려고 하다가 목적을 인식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의 혼란을 초래하기 쉽다는 점이다. 특히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정원 산정 차원에서 직무분석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직무급제도에 대하여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면 완벽한 직무분석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때는 다른 유사 규모 조직의 인력배치 구조를 확인하는 벤치마킹을 통하여 조직 특성에 맞추어 보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직무분석 시 불필요한 직무정보는 수집되고 정작 필요한 직무정보가 누락된다거나 또는 평가가 필요이상으로 구체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등급구분을 잘 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직무분석은 직무급 임금제도 운영의 핵심인 직무평가를 위한 기초 작업이고, 직무평가는 직무의 상대적 가치서열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는 적절한 직무급을 설정하는데 핵심작업이다. 따라서 직무급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직무평가의 구상을 세워 직무평가에 필요한 직무정보를 제공하는 직무분석방법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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