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다시 그 '존재'를 드러냈다.

바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 과정에서다.

민주당 영입 인재 2호 원종건씨(27)가 미투 논란이 불거지자 하루 만인 28일 낙마했다.

여자친구였다는 A씨가 과거 자신에 대한 데이트폭력 의혹을 문제 삼은 글을 전날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확산되자 원씨 스스로가 영입 인재 자격을 반납하고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진실 공방 등으로 논란을 키워봐야 민주당에 부담이 될 것이 명약관화이기 때문에 발 빠르게 내린 판단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서둘러 결정을 내린 행위 자체는 그 자신에게나 당 차원에서나 나쁘지 않다고 본다.

공당의 권위나 당사자의 명예를 고려해도 더 이상 가는 조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무마하려 한다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전 여자친구라는 A씨의 글에 당원들과 젊은 유권자들이 보인 당혹감과 분노를 생각하면 자진 하차보다는 철회 또는 박탈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당 지도부도 사적인 영역이라며 그칠 게 아니라 진솔한 공식 사과를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원씨의 영입은 민주당에 있어서 상징성이 굉장히 컸다.

지금까지 당이 발표한 영입 인재 중 남성으로는 1호인 데다 유일한 20대였기 때문이다.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청년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줘 지지를 많이 잃었던 당으로서는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원씨는 지난 해 12월 29일 당의 영입 인재 발표 기자회견에서 "제가 감히 이 땅의 청년을 대표하지는 못 한다. 다만 공감하고 함께할 뿐"이라며 "청년과 함께 아파하는 공감의 정치를 통해, 나이로 따지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바꾸는 진정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호기로운 출사표에 기대를 가졌을 유권자들을 생각하면 당은 통렬하게 반성하고 경각심을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 100% 완벽하게 그 사람을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인재 영입에서 주변 평판 조회 등 검증 보강이 필요하다.

이슈를 만들기 위해, 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도드라진 이력과 색다른 경력을 가진 전문가나 직업인에게만 집착하고 있지는 아닌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정치판에서 국민을 위해 사회 현안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이거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인지에 주목하길 바란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연례행사처럼 돼 온 이벤트 식 인재 영입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며 민주당 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도 선거철만 되면 되풀이되는 이유는 정당의 혁신을 재촉하는 수요에 맞춰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평소 축적해 온 성과는 별로 없어서다.

각 당의 인재 영입이 선거에서 어떤 대단한 효험을 내리라는 생각을 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왕 한다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정치를 본업으로 삼을 만한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발굴·육성해야 함은 새삼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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