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충청칼럼]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급진적인 산업화와 이에 따른 환경오염은 지구 온난화라는 부메랑을 불러오고 이에 따라 바이러스의 기승이 심해지면서 구제역, AI,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의 가축 전염병이 극성을 부리더니 급기야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강타하고 있다.

이런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면서 집밖에서 나가는 것을 꺼려하게 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가지 않으려고 하게 되므로 지역상권, 음식점, 대형마트 등 모든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면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집에서 나가지 않고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서 가뜩이나 소상공인, 소매점의 불황이 이어지던 때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1인가구의 증가와 고령화의 급속적인 진행은 디지털 문명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사람들이 점점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즉 사람들이 집에서 영화보고, 운동하고, 독서하고, 밥 먹고, 목욕하는 등 거의 모든 행위를 집에서 하려고 하는 습성들이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이런 문화는 구매패턴의 변화를 가져와 배송이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지 오래 되었고 이제는 당일배송, 즉석배송은 옛말처럼 되면서 지금은 새벽배송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밤 10시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주문 받은 배송업체는 자정까지 주문을 받아 배송을 시작하여 아침 7시 이전에 배송을 완료하는 방식의 배송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배송이 유통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데 실제로 명절이 지나고 나면 배송 물량이 약간 줄어드는 게 맞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주문건수가 오히려 5~6배 정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이한 상황은 배송 품이 도착해도 소비자가 배달원에게 직접 물건을 받지 않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실례로 “띵~동, 배달 왔습니다.” 하면 소비자는 “문 앞에 놔 주세요” 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요기요” 라는 배송 전문 업체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과 23일 주말 동안 앱 주문 시 요청사항에 “그냥 문 앞에 놓아주시면 돼요” 라는 메시지를 선택한 고객 수가 전월 동기 대비 13%증가했다고 하는 걸 보면 방금 주문한 음식도 비대면으로 수령하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감염자의 침이 조금이라도 튀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외부인과의 신체 접촉을 아예 차단하려는 언택트 소비가 배달 음식 시장까지 확산되고 잇는 것이다. 여기서 언택트(un-tact) 라는 용어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 반대를 뜻하는 un을 붙인 신조어로 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가 없는 소비 패턴을 말한다.

이번 코로나19사태는 또 하나의 티핑 포인트(Tiping Point)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 감염병들이 유행할 때마다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 유통에 큰 바람이 불었는데 2003년 사스가 발생하고 나서 그 이듬해에 중국의 마윈 회장이 설립한 인터넷 상거래 회사인 알리바바가 5배를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그를 바탕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지속하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알려진 메르스가 발생하였는데 당시 쿠팡이 다음해까지 3배에 가까운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성장을 하였다.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19사태는 유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코로나19의 환자수가 많은 대구광역시에서는 식당에 손님들이 오지 않으면서 식가재가 남아나자 SNS를 중심으로 남은 식자재 팔아주기 운동이 전개되고 식당에서는 남은 식자재를 선별 포장하여 주문자에게 배송해주는 훈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식당에 가서 먹는 것은 감염위험의 부담이 가지면 집으로 배송해주는 식자재는 어려운 식당도 도와주고 자신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일 것이다.

우리사회도 이번 코로나19사태를 겪으면서 비대면 서비스인 언택트 소비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 경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와야 할 것인데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의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비대면 서비스를 농산물 유통에 가장 크게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이 가장 안전하고 가장 깨끗한 식자재가 되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소비자의 문 앞에 가져다주는 언택트 소비 트렌드를 활용하는 농업경영 기법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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