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충북대 교수

 

[충청의창] 김성수 충북대 교수

소리는 울림을 가져다준다. 세상의 소리는 정보를 동반하고 듣는 이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소리는 병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서는 살인도 직간접적으로 저지른다. 반면에 어떤 소리는 치유와 생명의 힘을 불러 온다. 선거철과 코로나바이러스가 어우러지면서, 모든 매체가 시끄럽다. 소리는 소린데, 도대체가 어지럽기만 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생긴 습관이 있다. 멍 때리기 이다.

요사이는 종종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본다. 하늘에는 수 없이 많은 실낱같은 봄바람이 흘러가고, 그 바람이 비운 텅 빈 공간에는 알 수 없는 생각들이 들어찬다. 끝없는 봄 하늘에는 빛으로 엮어진 생각들이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고, 그 하늘을 향하여 연분홍으로 막 피어나는 벚꽃들의 언어와 빛깔이 이 봄에 현란하다. 봄의 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마음으로 듣고, 봄의 웃음은 보이지 않으나 꽃에 걸려있는 흔들림으로 본다.

동물농장의 작가로 유명한 조지 오웰은 언어가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어느 언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었을 때를 일컫는 것일 수도 있다. 반복이라는 무시무시한 무기는 인간의 사고를 깨부순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무지막지하게 강요된 반복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파멸시킨다.

반복적으로 속사포로 쏴대는 단어들은 총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람의 행동을 잠식해 들어간다. 폭력 중에 언어적 폭력이 더 무서운 것이, 언어가 의미를 갖는 총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은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해야 하는 각자의 주변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언어를 반복적으로 듣는다면,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온 몸에 총탄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저항 할 수 없는 무의식의 상태가 된다. 사악한 자는 이런 현상을 아주 잘 이용하여 조직 내에서의 사회적 살인을 한다. 어떤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러한 사고와 생각의 패턴을 반복적으로 생각의 틀에 적용하는 것이다. 결국 그 말의 의미대로 듣는 이를 제압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 꽃들은 누구의 무슨 말을 듣는 걸까? 참으로 곱다! 아름다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기에 향기와 빛을 갖고 어쩌면 저리도 고운 빛깔로 맑게 봄 하늘에 웃고 있는 것일까? 가슴 흔드는 봄바람도 있고 해죽거리는 봄 햇살의 따스한 웃음이 그 꽃들의 빛깔과 향기로 가지마다 내려앉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 가지에서 가장 잘 흔들리며 봄바람을 반겨주는 눈짓들이 봄의 화사한 웃음으로 부끄럽게 걸려 있는 것일까? 봄바람 타고 오는 봄의 느낌들이 봄빛으로 가지마다 걸려 있다. 그 소리를 우리는 듣는다. 세파에 찌든 마음이 치유되고 많은 속박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진다. 봄의 소리는 우리를 구속하지 않는다.

밝음 사이에 어둠이 있다. 어둠은 밝음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다, 빛과 그림자의 관계처럼. 아름다운 말의 향기 있는 울림은 세상의 꽃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피어나지만, 어둠의 언어는 우울한 울림으로 사망의 음습함을 죽음의 골짜기로 몰고 다닌다. 그래도 어둠이 부정이고 제거의 대상이 아니다, 밝음과 어둠은 공존하기 때문에. 그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숙명적인 행과 불행이 한 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긍정의 생각은 긍정의 말을 하게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말이 인격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은 우리 각자의 인격 이란 나무에 어떤 의미로 피어날까? 그 꽃은 씨줄과 날줄의 운명처럼 필연적으로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게 다양한 형태로 피어날 것이다. 설사 그것이 밝음의 빛이든 어두운 죽음의 보이지 않는 빛이든, 또 우리가 볼 수 있든 없든 들을 수 있던 없든 이미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영향권 안에 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봄날에, 우리의 주위에 있는 존재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봄바람이 벚꽃 나무 가지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 아름다운 봄날에 꽃만 같았으면 좋겠다. 혹 내가 사용하는 말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되어 듣는 이의 마음에 절망과 좌절의 그림자를 주는 것은 아닐까?

그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는 아름다운 말들을 생각하며 봄날의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내가 사용하는 말들은 무슨 색깔과 향기를 갖고 있을까? 잠시 세상의 모든 시끄러움으로부터 떠나는 봄 하늘을 달리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본다. 봄의 소리를 듣는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