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요즘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재난이 계속되어, 이로 인한 손실과 어려움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모든 일정이 취소되다보니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했다. 책 읽기만으로는 긴 시간을 견딜 수 없어 고민 하던 중, 그 동안 살아오면서 순간순간의 삶을 일기처럼 기록해 놓은 것들을 생각해냈다.

독서노트를 비롯하여 기행문, 일기장, 가계부, 편지 등 다수가 있다. 모두 소중한 자료들이지만 제일 애착이 가는 것은 독서노트다. 71년부터 읽은 책 목록과 독후감을 기록한 노트로, 기록할 칸이 부족하여 새로 작성해 지금까지 적어오고 있다. 일천삼백 권이 넘는 도서명과 간단한 독후감이 기록되어 있다. 누렇게 변질된 종이위에 펜촉으로 꾹꾹 눌러 적었던 그때 기억으로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뭉클했다.

독후감 속에서 빠져나와 일기장으로 들어가 본다. 중학교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쓰기 시작한 일기장 속에는 시험에 대한 걱정과 고생하는 엄마를 향한 안타까움이 많다. 일기장 뒷면에는 보충수업비 400원, 수업료 9,510원, 노트100원 등도 적혀있다. 참 소중한 자료들이다. 다른 일기에는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희망과, 잘못에 대한 반성과 다짐도 적혀 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내용들이 참 많았지만, 그 어려웠던 환경이 오늘의 필자를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또 하나의 기록은 기행문이다. 여행은 언제나 설레고 행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사진과 함께 전 일정을 기록해 두었던 것을 다시 읽어 보니 당시의 상황들이 새록새록 생각나 그때 일처럼 새롭다. 휘갈기며 부지런히 써놓은 여러 권의 수첩들도, 수십 통의 편지들로 아우성인 편지함도 정겹다. 가족들과 직원들, 지인들에게 정성껏 썼던 편지를 읽으니 그리움들이 밀려온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온 습관으로 지금도 책을 읽을 때면 노트는 친구처럼 늘 옆에 앉아 있다.

적자! 생존, 적는 자는 죽어도 기록은 살아남는단다. 혹자는 잊어버릴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차라리 잊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기록은 중요한 것이다. 올 초부터 감사 일기를 쓰고 있는데 이 또한 훗날 돌이켜보면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고 기쁨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기록할 때는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 때로는 귀찮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무료함을 잘 견딜 수 있게 해주니 참 잘했다 싶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 우린 많은 어려움에 쳐해 있지만 또 다른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 땀 흘리며 고군분투하는 작은 영웅들과 묵묵히 일상을 일구어가는 국민이 있는 한 이 또한 지날 갈 것이며, 우린 꼭 코로나19를 이길 것이다.

잠시 밀쳐둘 수밖에 없었던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날을 위해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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