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체육, 법을 개정해야 산다 - 1 변하는 정책·지방체육회 현 주소

관리·감독체제 이원화 인해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 빈번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올해부터 민간 체육회장 시대가 열렸지만, 지방체육이 온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회장만 지자체장에서 민간으로 됐을 뿐 실질적인 재정 자립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지자체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에서 진정한 독립은 요원해 보인다. 이에 본보는 지방 체육회가 재정 자립을 포함해 선진 체육행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민체육진흥법·법인세법·조세특례제한법' 등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보고 바뀌어야 할 내용들을 살펴본다.

지방체육회는 최근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 민간체육회장 출범 등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충북도체육회를 비롯한 지방체육회 설립 근거는 국민체육진흥법 33조다. '(대한)체육회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부·지회 또는 해외 지회를 둘 수 있다'로 명시돼 있다.

'체육단체' 정의도 '통합(대한)체육회·대한장애인체육회 및 그 지부·지회(지부·지회의 지회를 포함한다)'로 돼 있다.

이렇게 17개 시·도체육회와 228개 시·군·구체육회로 구성된 지방체육회는 공직자 윤리법을 기초로 업무 특성상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된다. 그러나 법적인 지위를 갖는 구체적인 법률상 조문은 없다. '임의단체'인 것이다.

지방체육회는 대한체육회의 지부·지회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각종 사업 승인과 이에 대한 예산지원은 지방비에 의존하고 있다. 관리·감독 체제의 이원화로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각종 규약 및 규정은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 왔지만, 현실은 지자체 감독 체제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 민간체육회장 선출 방법에 있어 대한체육회와 지방체육회 이견으로 최종 '선거로 인한 선출'로 결정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각종 사업에 있어서도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한 사업보다는, 지방비에 근간을 둔 지역별 특성화된 체육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체육회는 역사상 가장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15년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돼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하게 됐고, 지방체육회도 2016년을 전후해 양 단체 통합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선진체육 정책 시스템 구현에 필요한 화학적 통합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방체육회는 스포츠혁신위원회로부터 스포츠분야 인권, 전문체육과 관련된 대회 개선 등을 권고 받았다.

그러나 위원회의 다양한 정책 권고에도 체육계는 마치 체육 분야가 비리와 인권 침해의 온상인 것처럼 과도하게 치우친 성향의 분석과 일선 체육현장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정책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또 민간체육회장 시대가 열렸다. 2019년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이 금지됐다. 2020년 1월16일 이후 전국의 지방체육회가 70여 년의 관주도형 역사를 뒤로 하고 민간주도형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당초 법 개정 취지는 체육의 정치적 독립, 자율성 확보이지만 재정 자립 등 아무런 자생 능력없이 단행됐다. 그러다 보니 예산확보와 기존 체육 정책의 유지를 위해 오히려 정치적으로 종속되는 우려를 낳고 말았다.

이렇게 지방체육회는 체육단체의 통합, 스포츠혁신위원회의 활동, 민간체육회장 출범 등 창립된 이래 가장 큰 체육 정책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러한 동시다발적 체육정책 변화에 과연 지방체육회는 시대의 흐름에 대응할 수 있을까. 체육 관계자들은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역 체육계는 "제도는 변했지만, 예산과 시설인프라는 변화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층은 초가집, 2층은 콘크리트 집을 증축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체육계는 비법인사단, 임의단체에 불과한 지방체육회가 선진체육행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스포츠인의 인권 보호와 체질 개선을 하며 지금까지 이어온 관주도형 체육회를 민간주도형으로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데 의문을 갖고 있다.

지방체육회의 자율성이란 제도적 법적 지위 확보와 재정적 기반이 탄탄한 조직이 갖춰지는 것을 뜻한다. 또한 대외 압력에 치우치지 않고 체육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어야만 한다.

급변하는 체육정책 속에서 시대 흐름에 대응하고, 지역민이 바라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율성이 확보돼야 한다. 법적 지위 확보와 재정 자립 기반 조성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체육관련 법률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는 속담처럼 어떠한 일이든 준비가 필요하다. 다변화하는 정책과 선진 체육시스템 구축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과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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