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겸 천안주재 국장] 천안시 산하 공무원은 공직에 발을 내디딘 후 어떤 사유로든 '회자정리(會者定離)'를 하는데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많은 이들이 시 산하 기관이나 단체로 '거자필반(去者必返)'을 하고 있다.

현직에 있으면서도 시 산하 기관·단체에 자리가 생기면 2∼3년짜 리를 찾아 조직을 팽개치고 떠나기도 한다.

선거철만 되면 각 후보자 캠프에 얼쩡거려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현직 후배들을 줄 세우거나 도움을 요청하고, 지지 후보가 당선되면 논공행상을 노리는 부끄러운 선배 공직자들도 있다.

선거철에 특정 지역 표심을 몰아줄 것처럼 선거캠프에 발을 담고 선거 후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는 현직 및 퇴직한 고급 간부공무원들이 기능직 직원이 마련한 특정 후보 지지 모임에 참석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잘 되면 선거 후 한 자리 더 기웃거리거나 현직 후배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해서일 것이다.

천안시공무원노조는 지난 2010년부터 격년제로 귀감 공무원을 선발하고 있다.

올해까지 6명을 발표했으며 퇴직자 4명 중 2명은 이미 산하 기관에 근무를 마쳤다.

지난 4월 시장 보궐선거 후 퇴직한 선배 귀감 공무원이 산하 기관에 둥지를 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귀감 공무원까지 이런 상황이다.

퇴직자라도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 도움을 줄 일이 있거나, 선거캠프에서 후보자들을 도울 수 있지만 일이 끝난 후 사리(私利)를 초개같이 버리고 돌아간다면 후배들에게 더 존경받지 않을까.

차라리 퇴직 2년 이상 남은 현직의 신청을 받아 산하 기관·단체 자리로 갈 수 있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면 인사 적체를 해소함은 물론 이 같은 부끄러운 일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 송대 불교서적인 '오등회원' 세존장의 일화에 '방하착(放下着)'이라는 선종의 화두가 있다.

'손을 내려 밑에 둔다'는 뜻으로, 내려 놓거나 놓아 버리자라는 것이다.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탐욕을 버림으로써 무소유를 통한 인간의 자기 회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4급 서기관까지 하고 뭔 욕심이 그리 많아 몸의 절반을 입이 차지하고 있는 '아귀'처럼 퇴직 후에도 욕심을 채우기 위해 기를 쓰는 선배 모습을 보고 있는 후배 공직자들의 부끄러움을 이들이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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