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겸 천안주재 국장] ‘귀(龜)’는 거북의 등을 위에서 본 모습으로, 옛날에는 거북의 등을 불에 구워서 그것이 갈라지는 균열 상태를 보고 사람의 장래나 길흉을 점쳤다.

‘감(鑑)’은 자신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보기 위해 세숫대야에 물을 떠놓고 자기 모습을 비추어보는 것을 가리킨다.

‘귀감’은 ‘거울삼아 본받을 만한 것’이라는 뜻이며, 타인의 ‘모델(Model)’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충남 천안시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010년부터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거쳐 격년제로 귀감공무원을 선정, 발표한다.

2010년에는 안대진(퇴직), 2012년 이성규(〃), 2014년 윤태호(〃), 2016년 한동흠(〃), 2018년 주재석(공로연수), 2020년 이종기씨를 각각 선정, 발표했다.

발표된 6명의 공통점은 인사업무를 경험했고, 조직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운 인물들이다.

이들은 용장(勇將)보다는 덕장(德將)에 가까운 인물들로 분류될 수 있고, 최근 직장 내 갑질문화 개선에 비취보면 그 취지에 잘 부합되는 인물들로 볼 수 있다.

반대 시각에서는 간부공무원 가운데 마음씨 좋고, 호감있는 호두도령을 뽑는 인기투표가 아니냐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귀감공무원도 발표하되 조사결과 뒤에서 1∼3위 정도의 ‘본받지 말아야할 공직자’도 발표하고, 부서와 이름의 이니셜 정도라도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본 받지 말아야할’대상자를 공개해 공직생활에 경계를 삼는 것이 조직구성원과 조직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귀감공무원의 존경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다른 간부 퇴직자들과 같이 퇴직 후 산하 기관에 몸을 의지했을 때부터다.

작금의 현실은 퇴직 당시 관피아에 걸리거나 당시 시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 이가 새 시장으로 바뀌면서 2∼3년짜리 산하기관 일자리를 모색한다는 소리가 들리면서 가치가 더 하락하고 있다.

궁금한 것은 ‘귀감’이라는 단어는 ‘기부’, ‘봉사’, ‘헌신’, ‘선행’등이 남보다 월등한 인물들에게 적용하는데 이들은 과연 어디에 해당될까?

‘귀감’은 함부로 붙이는 단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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