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겸 천안주재 국장] 박상돈 천안시장이 보궐선거로 취임한지 한 달 정도 지났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 천안문화재단 대표이사(상임)에 선거캠프에 참여한, 퇴임 당시 3급(부이사관) 출신 이 모씨를 임명했다.

조만간 캠프에서 일한 천안시 퇴임 시 4급과 5급 퇴임자가 모 공단이나 노인회 같은 곳으로 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박 시장의 선거 구호인 'All New'가 이런 것은 아닐진데.

그동안 천안시를 보면 4~5급 퇴임자들이 현직 때든 퇴직 이후든 2∼3년짜리 산하 기관·단체로 가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있었다.

공무원 3~5급이면 퇴직 후 연금도 만만치 않고, 자리를 차지했거나 할 일부 대상자 중에는 재산이 많은 이들도 있어 호구지책(糊口之策)이라는 핑계도 대기 어렵다.

퇴직금과 기관·단체에서 받는 보수까지, 현직 시절보다 주머니가 따뜻하고 일의 강도와 책임에서도 자유스러워 '꽃놀이패'다.

재직 당시 시장과의 인연이 좋지 않아 퇴직 후 자리를 못 찾아먹은 이들 가운데는 이번처럼 선거캠프를 기웃거려 당선된 후 보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현직이든 퇴직이든 지자체장 선거 때 줄을 잡으려고 기를 쓰는 이유다.

시장 후보자가 퇴직 및 현직 공무원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는 원인 제공자다.

생각이 올곧은 현직 후배 공무원들은 차라리 아부할 줄 몰라 인사권자 눈 밖에 나 승진을 못하고, 6급으로 퇴직할 공무원이나 정년이 2년 이상 남은 현직 중에서 신청을 받아 산하 기관·단체에 자리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언제부터 산하 기관·단체의 자리가 당연히 퇴직 공무원들이 가는 곳이 됐느냐고 반문하는 후배 공무원들도 있다.

자치단체장의 인사 전횡 도구로 이용되는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는 의회 차원에서 법의 저촉 여부를 따져 조례를 제정해 제동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문조 시인은 '입으로는 줄여야지 비워야지 하는데  속에서는 욕심이 마구 자라 기어 올라온다 잘라도 또 자라고 잘라도 또 자라난다 이놈의 욕심 제초제를 확 뿌려 볼까나'라는 시 '욕심'을 썼다.

마치 이들을 빗대 썼나 싶다.

한 현직 후배 공무원은 이런 꼴을 보며 "작작 좀 해 먹으세요"라고 비꼬았다.

꿀 맛을 봤거나 보실 선배 공무원님들. 후배의 일갈에 한 마디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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