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학교 앞 큰 글씨 ‘함께 행복한…’ /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또 들어 / 덕지덕지 귀 딱지 딱딱한데 / 뉴스마다 어른들은 ‘내 꺼야 안 돼’ / 배추, 무, 양념 만나 익어가는 친구 / 김치처럼 버무리며 살면 될 텐데 / 필자의 동시 ‘꾸러기 어른들’ 일부다.

한쪽으로 현저하게 여야 균형이 깨진 21대 국회가 지난 6월5일 첫 번째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 ‘정시 개원’에는 성공했으나 반쪽짜리였다. 법사위원장 자리 탐 때문이었다. 결국 상임위원장 전부 여당 독식으로 전반기 원 구성을 마쳤다. ‘장군 멍군’ 밥그릇 싸움, 요지부동에 표리부동까지 올해 최고 흥행 전망이 짙다.

지난 20대 국회의 내실없는 비효율적 입법건수와 고무줄 빵 특권 아쉬움은 유별났다. 의원·정당이익, 과다한 예산 동반, 국민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은 입법 공해에 교섭단체 대표, 상임위원장·특별위원장, 국회의장은 해외 순방 때마다 ‘영수 증빙서 필요 없음’ 면죄부까지 ‘돈 나와라 뚝딱’ 특활비를 챙겼다. 공기업(강원랜드) 경우, 한 때 국회의원 아니면 어림없을 만큼 채용 청탁 낙하산 띄우기와 대가성 국감 봐주기도 지탄 1호였다.

임기동안 거수기 노릇만 하던 몇몇 의원, 그래놓고 특권 폐지·세비 삭감·전담 보좌진 축소를 읊조려 또 금배지는 달았으나 여전히 아노미(anomie) 현상이다. 일단 ‘진(眞)친(親)비(非)반(反)의 계파 앞가림도 힘드니 끽소리 말아야 한다. 벌써 ‘군기’에 잡힌 듯 미움 받을 용기를 잃은 뉘앙스다. ‘초당적 협치’란 면피용일 뿐, ‘승자독식과 백기투항’ 벽을 허물지 못했다. 이른바 국가안보·국민경제 ·벼랑 끝 민생의 방치와 다름없다.

타협요건은 갑의 횡포부터 내려놓는 게 순서인데 노골적 정파 편향에 더 황당하다. 21대 국회,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 변화를 전제한 칼날이라도 제 식구 챙기기나 사각지대가 늘수록 집도(執刀)는커녕 현실적으로 금배지 신드롬만 부추길 수 있다. 변해야할 때 저항은 배짱도 뚝심도 아닌 무덤 파기다. 여야를 통틀어 국민의 신음소리와 시장 경고등을 너무 못 듣고 안 보는 것은 아닌지.

표심으로 국회의원이 될 순 있어도 ‘존경받는 의원’ 숫자는 글쎄다. 국민을 하늘처럼 섬긴다던 공약 역시 직무유기일 뿐 ‘무노동 무임금’ 법적 논란조차 제외된 첫 달 공짜 세비, 후안무치하다. 남의 금품을 훔친 사람만 도둑이 아닐 터, 백 보 양보한다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아파트 값 이래저래 수지맞는 다주택 소유를 어쩌랴. 겉으로만 ‘집 값 안정’ 개연성까지 무관치 않다.

국민 대표로서 4년 정향(正向)이 미심쩍다. 입법·정책·비전을 위해 머리를 짜라. 그러고도 ‘거수기 꼭두각시 ·…’처럼 맹탕일 땐 스스로 존재 이유를 닦달하라. 그 보다 혹독한 본인 고통, 더 비참한 국민 우롱, 국가 폐해란 없다. 초선 4명에 5선 중진까지 포진된 충북지역 여덟 의원부터 대한민국 선량의 본(本)으로서 기대와 품격을 당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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