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박별칼럼] 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청주에는 무심천이 있고 그곳에는 개구리들이 살고 있다. 무심천 양옆으로는 예부터 논이 있었는데 벼들이 땅 내를 맡고 초록 단지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 논의 주인공들이 바로 개구리들이다. 저녁마다 무심천으로 만보 걷기 운동을 가는데 나의 관심사는 ‘오늘은 개구리의 합창이 어떨까 혹시 노래를 안하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특히 새로 지은 상당구청 쪽에는 개구리의 합창이 가장 요란해 귀가 따가울 때도 있다. 그래도 그것이 즐겁기만 하니 무슨 연유인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오라버니를 따라 마을 논에 다니며 처음 개구리를 만났고 가끔 뽀얗고 말랑말랑한 개구리 다리를 구워주면 받아먹던 추억이 새롭다. 무엇보다도 여름밤을 가득 메우던 개구리 울음이 아직까지도 귓가에 창창하다. 개구리는 번식기를 맞이하면 서로 시합이라도 하듯이 노래를 불러대는데 우는 것은 모두가 수컷이라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밤이 되든지 특히 비오는 날 노래를 더욱 힘차게 불러댄다는 점이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지나 되어 땅으로 오르게 되면 폐로 호흡을 하게 된단다. 그런데 개구리의 폐 구조와 성능이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피부로 숨을 쉬어 보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구리 피부가 젖어 있어야 공기 중의 산소를 받아들이기 쉬워 낮보다는 밤이, 맑은 날보다는 비오는 날이 개구리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청개구리 전설처럼 밤과 비 오는 날에 울어대는 것은 엄마의 무덤 때문에 슬퍼서가 아니라 사실은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서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리라.

첫 주 토요일, 개구리 합창을 듣는 밤이 오기 전에 청주아트홀을 찾아가 보았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연주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음악은 언제 어디서 듣더라도 지친 영혼을 위로하며 그 천상의 선율에 매료되어 베토벤을 흠모해온 터라. 한편으론 코로나 위기로 어려워진 연주자들에게도 힘을 실어줄 겸 쾌히 결정을 한 것이다. 물론 입장부터 연주회가 끝날 때까지 마스크를 해야 하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정선된 15명의 연주자는 지휘자와 하나되어 아름다운 화음과 영혼에 닿으려는 소리를 베토벤이 다시 나타난 듯이 창출해 냈다. 맨 끝 순서로 연주된 운명교향곡 3, 4악장은 과연 베토벤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며 관객 모두는 숙연해졌다. 30대 초반에 이미 청력 이상으로 불치판정을 받았지만 베토벤은 그 운명에 굴하지 않고 운명교향곡을 탄생시키니 아이러니한 역작이 아닐 수 없다.

5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오로지 인간의 영혼을 건드리는 참 선율에 몰두한 음악의 성인. 그의 무덤은 오스트리아 수도 빈(wien)에 위치한 중앙묘지에 잠들어 있다. 그의 묘 앞에는 늘 가장 많은 꽃다발이 놓여있다는데 사실 이번 여름 계획은 빈으로 가서 베토벤을 참배하고 그의 곁에 한 번 서 보고 싶은 것이었다. 뜻밖의 코로나로 미루게 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베토벤을 만나러 가는 환상을 안고 오늘도 무심천 개구리 합창을 들으러 간다. 운명이 계속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위대한 베토벤은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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