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환산하면 182만2480원
노동 장관 내달 5일까지 고시

[충청일보 배명식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1.5% 오른 액수로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살리고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에 초점이 맞춰진 결과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590원)보다 130원(1.5%) 많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 올해보다 2만7170원 많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이 가장 낮은 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2.7%)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를 맞아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우선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코로나19 사태로 생계 위기에 놓인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급선무라는 노동계와 기업의 경영난을 덜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경영계가 팽팽히 맞서 입장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국내 최저임금제도 역사상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주가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최저임금 수준은 노동자 생계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충북경영자총협회 이대응 부회장은 "최저 인상률은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경기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노동계의 기대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동안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히 인상된 상태라서 실제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에게 이마저도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대내외적인 평가와 비교하면 1.5% 인상은 수치스러울 만큼 참담한, 역대 '최저'가 아니라 역대 '최악'의 수치"라고 혹평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에서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의 경제 위기 논리와 최저임금 삭감·동결안 제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는 그만둬야 한다"며 "최저임금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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