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4곳 "일감 줄어 직원도 줄여야 할 판"
일시휴직자 크게 늘어… "미취업자 될 확률 높아"

[충청일보 배명식 기자]  고용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신규 채용을 줄이고 일시휴직자를 늘리는 등 대규모 고용조정이 진행될 조짐이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30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임금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참여 기업 40.5%가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하고 일감이 줄어 고용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인원을 감축한 기업은 9.0%, 즉 10곳 중 1곳 정도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인력감축 보다는 근로시간 조정, 휴업·휴직 등으로 힘겹게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상황이 좋아졌을 때 숙련인력이 없으면 업무에 문제가 생기고 직원들도 회사 사정을 이해해 일시휴업 등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은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채용 일정을 묻는 질문에 31.2%는 '채용 일정을 미뤘다', 19.3%는 '신규채용을 포기한다'고 답했다. '계획대로 완료한다'는 기업은 31.9%, '진행할 예정'이라는 기업은 17.6%였다.

신규채용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축소했거나 축소를 고민한다'는 응답이 40.7%였다.

하반기에 임금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 중 '임금을 동결할 예정'이라고 밝힌 기업이 54.8%로 절반을 넘었다.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힌 기업은 36.3%였다.

기업들은 일단 하반기에도 고용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62.8%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도 추가 고용조정을 하지 않고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장 기업 내 유동성이 줄고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제도 활용에도 한계가 있어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대한상의는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시휴직자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늘었으며 이는 향후 고용 지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9일 이같은 내용의 '2020년 일시휴직자의 추이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5월 일시휴직자는 총 411만2000명으로 지난해 동기 103만8000명 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월별로는 3월 160만7000명, 4월 148만5000명, 5월 102만명 등으로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경연은 1997∼1998년 외환위기나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보아도 올해 일시휴직자가 전례 없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사업이 부진하거나 조업을 중단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3∼5월 일시휴직자의 발생 사유 중 '사업부진·조업 중단'의 비중은 58.2%를 기록했다. 2018년과 지난해에는 20%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한경연은 또 올해 경제활동인구조사에 가상패널 모형을 적용해 사업부진과 조업 중단으로 인한 일시휴직자가 고용 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일시휴직자가 다음달에도 미취업자가 될 확률은 최대 35%, 그 다음달은 최대 58%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15∼64세 인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사업부진과 조업 중단으로 인한 일시휴직자가 1명 증가하면 그 다음달 취업자는 0.35명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일시휴직한 사람이 다음 달에도 미취업자가 될 확률이 최대 35%라는 의미다.

또 일시휴직자가 1명 늘면 그 다음달 비경제활동 인구는 0.33명 늘어났다. 취업자 감소분 0.35명 가운데 대부분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한경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실직한 근로자가 재취업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며 "고용 유연화를 통해 기업의 일자리 여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