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정비 마무리 안 된 구간도 파악 못해
댐·하천 '계획홍수량' 차이 없애야 해결

[충청일보 배명식 기자] 충남 금산, 충북 영동, 옥천에 수해를 일으킨 용담댐 방류와 관련 한국수자원공사에선 하류에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채 방류량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댐과 댐 하류 하천의 계획홍수량이 달리 설계돼 댐 방류량이 많아질 경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 부분에 대한 보완도 시급하다.

11일 한국수자원공사 금강물관리처는 이번 방류로 인한 하류지역 수해와 관련 "용담댐의 과거 최대방류량은 2005년 719t이었다. 2900t 방류에 대한 기록 자체가 없기 때문에 하류 지역에 피해가 어느 정도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용담댐 하류 하천은 국가하천에 해당하는 구간으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하천정비기본계획 세운다. 
대전국토청이 2016년 발표한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용담댐에서 이어지는 미호천 합류점의 계획홍수량 2960t이다.

계획홍수량은 하천의 경우 하천개발계획을 위해 책정된 홍수량(최대수량)을 말한다. 댐의 경우는 댐설계에 사용되는 물의 양으로 콘크리트댐에서는 확률로 100년에 1회 생기는 최대수량을, 필타입 댐에서는 200년에 1회 생기는 최대수량을 계획홍수량이라고 한다.
하천정비를 모두 끝냈다면 2960t의 물이 흘러도 수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금강물관리처는 지난 8일 방류량을 2900t까지 늘릴 당시 이를 바탕으로 방류량을 결정했다. 
하지만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른 모든 정비작업이 끝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금강물관리처는 "하천정비작업에 대해 점검을 하고는 있으나 100% 정비가 돼 있진 않다. 일부 구간에서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천 수위를 모니터링하면서 방류량을 결정했다곤 하지만 하천정비작업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순 수위예측과 해당지점의 제방고를 비교해서 결정한 것이다. 
결국 의사결정이 급박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을 알면서 방류량을 늘렸다는 의미다.

금강물관리처 관계자는 "과거 이력에 따라 방류량을 700t까지 조작하려 노력했으나 오후가 되면서 예보에서 강우량이 늘어나 방류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며 "방류량 결정 당시에는 상류쪽은 비가 오고 하류는 비가 오지 않았다. 결정 이후 하류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점 이외의 부분에 제방이 없거나 제방이 있더라도 수위가 낮았을 때 영향을 받은 곳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정확한 피해조사는 더 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댐 방류량에 따른 하류권 영향·피해에 대한 명확한 조사·예측과 함께 댐과 댐 하류 하천의 계획홍수량 일원화도 시급하다. 
댐의 경우 200년 빈도 설계를 기준으로 한다. 반면 국가하천은 대개 100년 빈도 설계, 지방하천은 50년 빈도 설계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계획홍수량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200년 빈도 설계는 앞으로 200년 동안 가장 큰 수량을 예측해 시설물의 크기와 규모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댐의 최대방류량은 200년 빈도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당연히 200년 빈도 설계의 댐 최대방류량이 100년이나 50년 빈도 설계 하천의 계획홍수량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댐이 최대방류할 경우 하류 하천들은 범람하게 된다.

용담댐의 경우 계획홍수량은 5500t, 최대방류량은 3211t이다. 최대 5500t의 물이 몰려올 경우 3211t을 방류하면서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반면 하류 하천의 계획홍수량은 2960t이다. 댐에서 최대 방류할 경우 251t의 물이 제방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댐의 최대 방류시 하류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댐과 하천의 계획홍수량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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