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시설 주변 지역 건강영향조사 결과 공개
환경부 유해물질 농도 타지역보다 높지 않아
주민들 신뢰 못해 … 명확한 조사 요청 예정

 

충북 청주시 북이면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의 관련성이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명확하게 입증할만한 과학적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이유로 추후 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환경부는 13일 북이면행정복지센터에서 '북이면 소각시설 주변 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 주민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북이면 주민들은 소각시설 유해물질 때문에 건강피해를 입었다며 2019년 4월 22일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다. 

환경부는 주민 대표, 지자체 추천 전문가, 청주시 공무원 등 13명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협의회를 구성했다. 

2019년 8월 제28차 환경보건위원회에서 청원이 수용된 후 같은 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충북대 의과대학과 ㈜한국유로핀즈분석서비스가 각각 건강영향조사와 유해물질 분석을 진행했다. 

조사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북이면 일대에는 1999년 우진환경개발㈜의 소각시설이 처음 들어선 후 2001년 ㈜클렌코(구 진주산업), 2010년 ㈜다나에너지솔루션이 들어섰다. 

3곳의 하루 총 소각용량은 1999년 15t에서 2017년 543.84t으로 36배가 증가했다.

조사 결과 대기와 토양에서 측정된 다이옥신, 카드뮴 등 유해물질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암, 폐암 등 소각시설과 관련성이 높은 암 발생률도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잠복기가 10년 이상인 고형암 증가 여부를 조사하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고, 과거 노출 영향을 모두 살펴볼 수 없어 2017년 이후 암 발생률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해물질 배출원 조사 결과 다이옥신과 벤조(a)피렌 농도는 배출허용기준 대비 0.15~9.3% 수준으로 확인됐다. 

카드뮴은 검출되지 않았다.

주민들의 혈액 중 다이옥신 농도는 서울 지역 주민보다 39.5%가량 낮았다. 

반면 카드뮴 농도,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대사체, 유전자 손상지표 등이 높게 나타났다.

소변 속 카드뮴 농도는 우리나라 성인 평균의 최대 5.7배로 높았다. 

PAHs 대사체 2-나프톨 농도와 유전자 손상지표는 대조군보다 각각 1.8배, 1.2배 높았다. 

특히 카드뮴 농도와 유전자 손상지표는 소각시설과 거리가 가까운 주민일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카드뮴이 소각장 배출구에서 검출되지 않았고 토양에서도 카드뮴 농도가 낮게 검출됐음을 고려하면 특정 영향 인자에 의한 것이라 결론짓기에는 과학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소각량 증가에 따른 암 발생률 증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소각시설과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진 비호지킨림프종 등 혈액암, 폐암 발생 증가는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암 잠복기(혈액암 5년·고형암 10년) 고려한 동일집단(코호트) 연구 결과 충북 보은·음성군 등 지역보다 남성에게서 담낭암 발생률이 2.63배, 여성에게서 신장암 발생률이 2.79배 높았다.

환경부는 이 같은 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 역학적 관련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만한 과학적인 근거가 제한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소각시설과 관련성이 높은 암종 증가와 소각량 증가에 따른 암 발생률 증가 간 관계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소각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고형암 잠복기(10년)를 고려할 때 이번 조사만으로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과거 노출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필요한 과거 유해물질 배출 수준과 환경농도 자료도 충분치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 역학적 관련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만한 과학적인 근거가 제한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환경부의 결과 발표에 대해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는 동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사결과가 주민들의 건강에 끼친 영향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환경부 관계자들에게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고 눈물까지 흘린 주민들도 있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변종오 청주시의원은 "이날 설명회 결과만 보면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 결과를 알 수 없다"며 "주민들이 이번 조사에 대해 신뢰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가 업체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지역주민들은 인정할 수 없고 보다 명확한 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곽근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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