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15일 이상 지속… 작황 나쁜데 수요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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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를 피해 쉴 때 즐겨 먹는 수박. 한 통 사면 온 가족이 먹기에 충분한 제철 과일이지만 최근 제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가격이 급등해 선뜻 장바구니에 담기가 망설여진다. 수박도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해 올해 생장이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유통정보 KAMIS에 따르면 중도매인이 판매하는 수박 한 통의 도매 가격은 2만364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700원보다 50% 이상 올랐다.

40일 전만 해도 1만7475원으로 지난해 1만5150원보다는 비쌌지만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소매가격은 상품에 따라 3만원을 넘어섰다. 고급종의 경우 5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수박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폭염이다. 

수박은 밤 기온이 20도 초반일 때 잘 크는데 최근 기온이 야간에도 25~27도 정도에서 떨어지지 않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충북 수박 주산지인 음성의 맹동수박공선출하회 강성균 회장은 "지금은 경남 봉화, 전북 고창 등 남부 지역에서 출하가 이뤄지는 시기인데 폭염이 15일 이상 지속되다보니 작황이 안 좋다. 8월부터 충북 지역도 출하가 시작되지만 중부권 비가 안 와 작황이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박은 남부지방인 봉화에서부터 수확이 시작돼 고창, 충남 논산·부여, 충북 맹동, 양평 등으로 순차적으로 출하가 이뤄진다.

보통 2기작을 해 여름 초입인 6~7월 첫 출하를 하고 8월부터 추석까지 두번째 출하시기를 갖는다. 

요즘은 1기와 2기 사이 생산량이 비교적 적은 시기인 데다가 폭염 때문에 전반적으로 작황이 나쁜 반면 수박을 찾는 소비자들은 늘어나 가격을 높이고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 속 농가 인력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인건비가 상승한 영향도 있다. 과거 일당 8만원 정도였는데 요즘 2배를 불러도 일손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여기에 박스값, 물류비도 올랐다.

폭염 장기화 영향으로 수박 뿐만 아니라 채소류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지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과일·채소류 등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농진청·농협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피해 예방 및 대응조치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권재한 유통소비정책관은 "당면과제인 폭염 외에도 여름철은 기상 변화 요인이 큰 만큼, 피해 발생 시 피해 현황과 수급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2차 피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농업인과 소비자의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농산물 수급 관리를 빈틈없이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용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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