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사색] 양충석 칼럼니스트

정년퇴직을 하고 하릴없이 방황하는 아비가 안쓰러웠는지, 큰 아들이 헬멧 등 자전거용품을 구비해 조심스레 건네며 자전거타기를 권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이면 제주도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섬 일주(一周)를 하고 오는 자전거 마니아 아들의 추천이었기에 무심천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암 생태공원을 시작으로 환경사업소, 팔결교, 문의, 조치원연꽃공원, 세종시까지 다녀왔고, 하루 일정으로 대청댐 경유 신탄진을 거쳐 세종합강(合江)을 돌아 올 수 있었다. 일 년 후에는 아들과 함께 금강 자전거 길을 따라 세종, 공주를 지나 부여에서 1박(泊)을 하고, 군산 금강하구둑(錦江河口㪲)까지도 다녀왔다. 그렇게 즐겁게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던 중, 하체부분이 저리는 증상이 있어 안장을 조절하고 자세를 교정해 봐도 차도가 없기에 요사이는 자전거 타기를 좀 줄이고, 무심천변 걷기를 병행하고 있다.

70년대 후반 토목공학을 전공하며, 마침 대청댐 기초공사가 한창일 때라 학교에서 과(科)단체로 대청댐 공사현장을 견학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산업기지개발공사에서 공사를 주관했고, 공사현황을 브리핑하는 관계자는 댐이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대전의 ‘대’자와 청주의 ‘청’자를, 또한 댐이 건설되는 강이 인접한 충남 대덕군의‘대’자와 충북 청원군의 ‘청’자를 따서 대청댐이 되었다는 이름의 내력(來歷)을 말해 주어 흥미롭게 들었다.

아울러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청주가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며 ‘청주에는 시내 중심부를 흐르는 무심천이라는 냇물이 있는데, 대청댐이 완공되어 상시만수위(常時滿水位)가 되면 무심천에는 항상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를 것’이라는 덕담까지 곁들였다. 그 때 막연하게나마 청주를 그리고(想念) 무심천을 동경했었는데, 운명인지 꿈이 이루어진 것인지 대전에서 학교를 마치고 첫 직장을 택한 것이 연(緣)이 되어 청주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필자의 기억으로는 대청댐의 높이가 설계도와 같이 80m 가 아닌 72m 로 낮게 축조되었고, 무심천의 물도 견학 당시 들었던 것과 같이 철철 넘치지는 않으나 문의 취수탑에서 대청댐 물을 펌핑으로 끌어 올려 무심천으로 흘려보낸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든 수변보행로를 걷든 무심천을 나갈 때 마다 매번 느끼는 감정이 새롭다.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 계절 따라 가꾸는 꽃길, 길가의 노란 금계국과 하얀 개망초, 나리꽃과 코스모스를 비롯한 각종 야생화, 깨끗하고 산뜻한 천변 풍경이 마치 고향마을 어귀같이 정겹다.

쏟아지는 햇살에 여울은 눈부시다. 물속에는 송사리들이 떼를 지어 유영하고 수초들은 물결에 너울거린다. 물가에는 노랑나비와 검은 물잠자리가 날고, 소금쟁이들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다. 갈대 밭 위에 고추잠자리들이 맴돌기에 생각해 보니, 내일 모레가 벌써 입추(立秋)인가.

해 질 녘, 까치내교를 건너 석양을 등지고 무심동로 들길을 따라 돌아오는 길,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저 멀리 보이는 우암산과 시내 건물들이 저녁노을에 붉게 물든다. 40여 년 전, 맑은 고을 청주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는 브리핑 담당자의 말이 떠올라 빙그레 웃음 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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