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직원이 예쁜 청첩장을 내밀었다. 축하에 앞서 요즘, 결혼식은 해도 되는지 물었다. 50명 이하는 모여도 된단다. 잔칫날에는 사람들이 들먹들먹해야 제격이다. 잔치는 여벌이고 일가 푸네기끼리 서로 안부 묻고, 한 상 차려 잔치 속에 잔치를 벌여 왔는데 대표 선수들 50여 명만 추려서 모이라니 결혼식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딱한 노릇이다. 하긴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보니 직계존비속만 모인다면 50명도 많은 숫자이긴 할 게다.

예식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예식비는 거의 무료로 하고 하객 숫자로 매출을 올렸다는데 난감한 세상이 온 것이다. 결혼하는 커플이 드문 데다 하객까지 축소하라니, 말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어려운 코로나 시대를 견디어 내고 있다는 것을 지레짐작 할 수 있다. 그런데 예식장에서 매주 도시락을 200여 개씩 무료로 만들어 나누어주고 있다. 그것도 음식 맛이 좋기로 천안 인근에 소문난 예식업체가 말이다. 매주 목요일 음식을 만들어주면 봉사자들이 배정된 숫자대로 읍면동에 전달하고, 홀몸 어르신이나 장애인, 드림스타트 결식 우려 아동 등에 맞춤형 복지팀이 각 가정에 배분하는 형태이다.

새벽 6시부터 도시락을 만들어 아침 9시면 로비에 정갈하게 차려 놓는다. 매주 달라지는 반찬과 일류 요리사의 감각으로 담아낸 도시락은 꽃처럼 예쁘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가 안부를 묻고, 상황을 파악하여 맞춤 복지를 행하는데 도시락이 얼마나 유용한 매개가 되는지, 맛 좋기로 소문난 일류업체의 도시락이라는 걸 알기에 나누어주시는 분들은 신뢰가 가고, 밥을 드신 노인분들의 한결같은 칭찬에 절로 신이 난다고 한다. 지역 신문에 기사가 나자 뜻있는 몇 분이 블루베리, 해남 단호박을 협찬하고, 새싹 삼 장아찌며, 과일 컵 등을 협찬하면서 때로 도시락은 선물 바구니가 되기도 했다.

필자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1365 봉사’ 천 시간을 달성하는 것이다. 회사 업무 중 강의를 진행하거나 상담을 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보니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는데 코로나로 대부분의 노동부 집합 강의가 중단되었고, 대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대체되다 보니 많은 시간이 남아 겉돌았다. 음소거 된 듯, 박동 없는 시간이 낯설어서 서둘러서 할 일을 찾았다. 시골 산소에 가서 잡초를 뽑거나 교회를 청소하는 일로 시간을 돌렸다. 몇 달이 지나자 텅 빈 헛간에 이런저런 물건이 쌓이듯 다시 새로운 시간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반찬 만들기 봉사를 하고, 매주 목요일은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을 하다 보니 봉사 시간도 쑥쑥 올라갔다. 적금통장에 푼돈 붓듯, 하루하루의 봉사 시간이 천 시간의 여정을 향해 거침없이 나가고 있는 듯하다.

음식을 무료로 나누어주시는 회장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찐 단골이 되었다. 메밀국수집도 하고, 커피숍도 있다 보니 누구를 만나든, 가능한 한 베리로 향한다. 베리굿이다. 이 장소가 복 받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매주 목요일 맛 난 점심을 받으시는 어르신들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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