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무공김시민장군 기념사업회 김법혜 회장
▲ 충무공김시민장군 기념사업회 김법혜 회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교언영색(巧言令色)은 오로지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허황된 말과 꾸며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달콤한 말로 남을 꾀는 감언이설(甘言利說), 겉으로는 좋은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실속이 없는 양두구육(羊頭狗肉),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뒤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표리부동(表裏不同)을 일삼는 사람은 큰 인물이 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공자는 "공경함을 잃지 않고, 사람을 다스릴 때는 귀한 손님을 대하듯 하고, 자신의 노여움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을 집요하게 따지지 않고, 다른 사람이 지은 죄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이 큰 인물이 될 자격이 있다."라고 했다.

중궁(仲弓)이라는 공자 제자는 인품과 덕행이 뛰어나 공자가 큰 인물이 될 자질을 갖추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이 "그 사람 덕행은 뛰어나지만, 말재주가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공자는 "말재주가 좋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약삭빠른 말재주로 남을 상대하면 오히려 미움만 사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번지르르한 말재주보다는 덕이 있고, 능력을 갖춘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특히 정치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공자는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을 하는 사람은 어진 사람이 드물다"라고 했다.

이는 듣기 좋은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현혹하고 속이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여기서 느닷없이 임금 될 사람의 자질을 꺼낸 까닭은 50여 일 뒤 우리가 임금을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선택이나 판단 기준이 있겠지만, 좀 더 훌륭하고 바람직한 임금을 뽑기 위해 율곡 선생에게 지혜를 얻고자 한다. 특히 "정치를 잘하는 척도는 임금 한 사람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적소에 쓰느냐”에 달려있다.

능력 있는 인재를 뽑아 쓰지 않고 정치를 잘한 임금은 없다고 하였는데 어느 분이 이 분야에 더 뛰어날 것이라 보는가는 백성들에 달렸다. 임금과 신하란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는 것과 같아 만약 하늘과 땅이 조화롭게 만나지 못하면 만물이 생기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제 어느 분을 선택해야 임금과 신하가 서로 조화롭게 만나 동맥경화 일보 직전의 정치를 시원하게 뚫어 백성의 건강한 삶을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한순간 잘못 선택으로 백성이 도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이 없도록 백성들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줘야 한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5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공약이었지만, 가까운 친·인척의 관리 문제도 큰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오는 3월 9일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갈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코로나19 여파로 시름에 잠겨 있는 국민을 위해 호랑이와 같은 용맹한 지도자가 선출돼 위기의 대한민국을 바로 일으켜 세울 수 있기를 학수고대한다.

매번 되풀이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올해 3월 9일 대선이 끝난 후 새로운 정부가 꾸려지면, 이전 정부를 향한 비판의 십자포화는 예정된 절차인 것 같다. 우리 국민이 결코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대통령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왜 매번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까? 한숨만 나올 뿐이다.

우리 국민이 꿈꾸는 대통령은 국민의 여망과 시대정신을 따르고, 특권과 반칙을 과감히 배격하며, 권력의 사유화를 막아줄 정도의 대통령이면 족하다. 또 우리 국민은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나를 뽑아준 국민만의 대통령이 아닌,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줄 것을 희망한다.

하지만,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후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이런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 대통령 福(복)이 이처럼 지지리도 없는 국민이 있나 싶다. 따라서 오는 3월 9일 선출되는 20대 대통령은 제발 취임할 때와 퇴임할 때 한결같은 모습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안 된다면, 최소한 ‘功七過三(공칠과삼)’이라는 평가는 받을 수 있는 그러한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기를 염원해본다. 이런 현실을 초래한 여야 대선후보의 가장 큰 리스크는 후보 자신과 가족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자신과 집을 다스리지 못하는 대통령이 어찌 만백성의 어버이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벌써 차기 대통령을 걱정하는 현실이야말로 코미디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쩌리오. 국민은 자기 수준만큼의 딱 그만큼의 지도자를 가지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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