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종호 호서대교수·법학박사

이태리 형법학자 롬브로소(Cesare Lombroso)는 범죄의 원인을 범죄인의 외형적 특징에서 찾고, 그것을 생래적인 범죄의 원인 소질(素質)로 파악하였으며 범죄 대책으로 사형존치론을 주장하였다. 롬브로소는 범죄와 과학을 연결하는데 선구자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를 현대 범죄학의 아버지로 평가한다. 그는 1860년대 유럽에서 출판된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것 때문에 그의 범죄이론을 흔히 다윈주의라고 한다.

생물학에서 격세유전(atavism)은 조상의 유전적 형질이 이전 세대들의 진화적 변화를 통해 소실된 이후 후세에 다시 나타나는 생물학적 구조의 수정이라고 한다. 롬브로소는 이러한 다윈의 진화이론을 범죄의 인과관계에 적용했다. 즉, 롬브로소의 이론은 인간이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동물에서 진화했다고 한 다윈의 주장을 따르고 있다.

결국 그는 진화론의 개념에 기초한 인류학적 범죄학이라는 이론을 정립했다. 인간의 이상한 신체적 특성으로 격세유전이 입증되는 것처럼 범죄자는 진화적 진보에서 퇴행한 사회 구성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단지 격변으로 끝나지 않았다. 롬브로소의 사상에서 크게 영감을 받은 학생이 있었다. 다름 아닌 가로팔로(Raffaele Garofalo)였다.

1851년 나폴리의 스페인계 가족에서 태어난 가로팔로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 정부에서 근무하였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는 이태리 법원의 치안판사가 되었으나 판사직을 그만두고 나폴리 대학의 형법교수직을 맡았으며 후에 왕국의 의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1903년 그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기 위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었지만, 이 계획은 이태리 정부의 정치적 갈등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활동적인 다산(多産)의 작가로서 가로팔로는 1880년 이후 부터 범죄와 범죄인을 주제로 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다. 가로팔로는 범죄의 원인을 인간내부의 문제 즉, 범죄인의 내면적이며 정신적인 특징으로 이해하였다. 특히 이타적(利他的) 정조(情操)가 결여된 자를 자연범이라 칭하고, 그 자연범의 범죄원인은 범죄인의 생래적 소질에서 기인한다고 파악하였으며 범죄 대책으로 사형존치론을 주장하였다.


가로팔로는 그의 학문적 멘토 체사레 롬브로소와 마찬가지로 범죄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충동의 노예라는 자유의지에 대한 고전적인 견해를 거부했다. 가로팔로는 동시대의 많은 범죄학자와 마찬가지로 범죄자의 신체적 특성 예를 들어, 범죄인은 큰 이마 또는 큰 머리를 가진 자라는 교사의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범죄행위를 생리학적 구성의 결함과 연결시켜 이해했다. 치안판사, 상원의원, 법무부장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으로 사법시스템의 작동에 대한 세밀한 견해를 갖추게 된 가로팔로에게 범죄와 처벌문제는 사람들에게 전례 없는 확실한 관점을 제공했다. 가로팔로는 범죄를 법률위반이 아니라 자연위반으로 정의했다.

그는 범죄인의 행위가 인간의 본성을 위반하는 경우 범죄로 간주했다. 정직과 성실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의미하는 동정(同情) 그리고 자연(법)을 침해하는 인간의 행위는 "악 자체"였다. 실정법을 위반했지만 인간의 본성을 위반하지 않은 행위는 단지 "법률의 기술적 위반"이었다. 후자는 법률을 변경하거나 민사상 벌금을 부과하여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는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가혹하게 다루어야 하고 각 범죄에 대해 범죄인 개인을 조사해야 한다. 만약, 그 사람이 자연법칙인 순명과 연민을 어겼다면 그를 사회로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범죄자에게 정직성과 이타성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로팔로가 말하는 범죄란 인륜의 근본인 이타적 정조가 결여된 행위를 의미한다. 이타적 정조는 연민과 순명의 두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가로팔로는 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이타적 정조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런 저항감 없이 범죄를 실행에 옮긴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런 이타적 정조의 결여는 유전에 의한 기관이상에서 오는 것처럼 범죄자는 이상한 신체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로팔로의 범죄대책론에는 범죄자를 사회적으로 도태시켜야 한다는 발상이 강하게 스며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의 사회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금 한참 대선이 진행 중이다. 전과4범 누범자도 유력 대통령 후보다. 독자 여러분은 가로팔로의 범죄이론을 읽고 어떤 후보를 지지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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