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안용주 선문대 교수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기되어 있는 것처럼, '정의·인도·동포애를 바탕으로 불의를 타파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여,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한다'가 지켜지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국민 각인에게 납득되는 사회여야 하지만, 이는 단순한 ‘메타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비극이다. 한 마디로 ○뻥이라는 말이다.

사회를 뜨겁게 달군 '정의'는 국민을 위한 정의가 아니라 '기득권 집단을 지키기 위한 구호'에 그치지 않았음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 고등학생 250명을 포함한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기득권의 모습에서 뜻있는 국민은 분노와 좌절을 넘어 '현자타임'을 느꼈다.

한 사람의 장관 취임을 막고자 꺼내든 정의라는 카드는 고교시절 받은 표창장을 문제삼아 한 가정을 풍비박산(風飛雹散) 냈고, 그 때 꺼내들었던 정의라는 카드가 어쩐 일인지 일부에게는 비껴가는 모양새에 적지 않은 국민이 의구심(疑懼心)을 표출하고 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정의'라는 용어를 가장 남용하는 집단은 '검찰과 판사'일 터인데, 왜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판사는 10위를 검사는 순위에 조차 보이지도 않는 것일까? 적어도 검찰조직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불신의 대표집단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조사로 보인다. 원인은 하나다. 정의라는 잣대는 나든 남이든 똑같이 적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에 따라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공정'이다.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2030세대, 특히 이대남(20대 남성)들이 가장 민감하다고 얘기하는 공정에 대해 마치 50대는 말할 자격조차 없는 것 같은 취지의 언론기사가 봇물을 이룬다. 얼핏보면 MZ세대의 주장에 동조할 부분이 적지 않다.

1999년에 폐지된 군 가산점제도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90년대 태어난 현재 20대이다. 국방예산 54조원 시대에 6.25(1953년)때 쓰던 수통(물통)을 쓰며 대한민국 남성에게만 부과되는 국방의무에 대해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도 오늘의 20대 남성들이다. 이들의 불만은 이렇다. 우리가 군대 가 있는 동안 여학생들은 각종 시험(공무원시험, 임용시험 등)을 준비해서 우리가 대학을 마치면 이들과 같이 경쟁해서 이길 수가 없다. 군대에 끌려가서 고생한 것도 모자라서 사회에 나오면 대학성적은 물론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이들의 불만은 사실이다. 9급 공무원시험(2021)은 남녀성비 46.4%대53.6%로 조사됐다. 단 이는 지속적인 남성 합격자 감소로 인해 특정영역(경찰청, 출입국관리 등)에서 양성평등채용 목표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두어 사실상 남성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인 것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이 '공정'이라는 잣대를 말 그대로 공정하게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그럼 남자도 공정하게 아이를 낳게 하라'는 전혀 다른 잣대를 가져와서는 안된다. 적어도 군대를 전역(제대)한 남학생은 제대 후 8년간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고, 이 과정이 끝나면 다시 민방위로 편입되어 이런저런 훈련에 시달린다.

5060세대는 이런 과정들을 약간의 불만일뿐 표출하지 않았다. 왜 일까? 생각해 보니 그 세대는 사회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사내(남자)라는 이유로 나름의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릴적을 회상해 보니 시골에서 어린 내가 안방에서 아버지와 겸상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니와 누이들이 부엌에서 식사를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부터 방에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도 상은 따로 차렸었다.

MZ세대의 공정에 대한 반발을 그들만의 불만표출로 보아서는 안된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사고(思考)체계도 변화하고 있다. 남녀는 물론 세대 구분없이 현 세대가 요구하는 '공정(公正)'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진정한 요구라는 것을 기성세대가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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