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선구 증평군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서울은 넓다. 아홉 개의 구(區)에 가(街), 동(洞)이 대충 잡아서 380개나 된다. 이렇게 넓은 서울도 370만명이 정작 살아보면 여간 좁은 곳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꽉꽉 차 있다. 집은 교외에 자꾸 늘어서지만 연년이 자꾸 모자란다.”

소설가 이호철은 1966년 그의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에서 인구 과밀에 따른 서울의 주거난을 위와 같이 묘사했다.

1966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인구총조사가 실시되었다. 당시 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인구는 2,943만명이었다. 그 중 서울에 379만, 인천을 포함한 경기도에 310만이 살았다. 전체 인구의 23%가 수도권에 거주하였다.

2020년 통계청 제공 e-나라지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는 5,178만명이다. 이 중 서울에 960만, 인천에 295만, 경기도에 1,340만이 산다. 인구총조사 실시 53년 만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수도권의 인구 집중에 따라 산업, 경제, 문화 인프라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재정자립도는 서울 80.6%, 경기 63.7% 등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세종, 울산을 제외하고는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충북의 재정자립도는 32.9%다. 전체적으로 수도권은 과밀 해소를 고민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앞으로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2022. 6. 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는 60.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지난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은 77.1%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의 권리는 무시된다. 대표자는 투표로 표출된 유권자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낮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시인 나태주는 들에 핀 ‘풀꽃’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고 했다. 작고 화려하지 않은 들꽃은 관심과 애정을 들여야만 그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알아차릴 수 있다. 작고 화려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현안 역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지역의 현안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도 고민 해보자.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정책공약마당(policy.nec.go.kr)’에서 희망공약제안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유권자는 이를 통해 지역에 필요한 공약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제안은 당선자가 의정활동을 통해 정책의제화 할 수도 있다. 유권자가 지역 현안에 들이는 애정은 후보자나 당선인의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유권자가 참여한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앞날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주권재민의 시절을 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의사결정의 궁극적인 근거는 주민에게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앞날이 어렵다면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 역시 주민에게 주어진 몫이다. 우리가 단순히 투표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봄이 짧아졌다지만 봄은 그 기운만으로도 생명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이 봄, 유권자가 지역 현안을 자세히, 오래 들여다 보아 지역에 생명을 불어넣는 아름다운 지방선거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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