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식의 뉴스&스토리] 장중식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철도망은 도로와 함께 교통 인프라 구축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이다.

박정희 정권시절 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되며 한국은 비약적인 발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반도 철도는 남 북은 물론 유라시아 대륙횡단철도로 이어지는 물류의 대동맥이다. 이후 도로 건설이 활성화되면서 운송 수단의 기능을 내줘야 했지만 KTX 고속철도 시대를 열면서 철도는 교통망 변화의 재부팅을 예고했다.

코로나19사태가 발발한 이후에는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의 대체 운송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만큼 KTX 고속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의미는 상상 이상을 초월했다.

국토부 산하 철도청에서 공기업으로 독립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KTX의 독점을 방지하 기 위해 탄생한 SRT고속철도가 운행되면서 고속철도는 또 한번 무한경쟁시대를 예고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번에는 KTX 세종역 건설과 KTX 조치원역 정차 라는 키워드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 이 두가지 사안은 엄밀히 말해 다른 사안이다. 바깥에서 보기에는 두 가 지 모두 세종에 위치한다고 생각하지만 접근 방식이나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자는 서울과 광명-천안아산-오송-대전(경 부선)또는공주(호남선)를운행하는기존노선 에 세종역을 하나 더 두자는 얘기고, 후자는 서울을 출발해 영등포-수원-천안-대전(경부선) 을 운행하는 기존 국철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KTX 세종역사 신설은 이달 말로 임기가 종 료되는 이춘희 세종시장의 역점사업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충북지역 반 발 등에 밀려 사실상 뒷전에 밀리고 말았다.

당시 이 시장은 대안으로 정부세종청사와 경부선 국철(전동면 지역)을 잇는 ITX새마을호 연결 사업을 추진했다. 내달1일 취임하는 최민호 당선인은 조치원역 을 KTX정차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 시장의 현안이었던 KTX세종역 또한 여 건이 바뀐만큼 재추진한다며 투트랙 전략 을 제시했다. 시장직 인수위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조치원역에서 KTX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 겠다고 강조했다. KTX세종역 신설 또한 충청권 4개 시도지사 가 공동건의문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동안 여건이 많이 바뀌었고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들이 전원 당선된 데 따른 자신감의 방증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라는 포석이 깔려있다.

여기서 잠시 지난 4년을 되돌아 보자.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보유했지만 세종시장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지 못했다. 아무리 같은 당 소속이라도 수도권과 호남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오송역을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며 천안아산 역에서 공주를 잇는 직선노선을 만들라고 압박한 호남 정치권, 현안을 회피한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같은 편이 아니었다. 여기에 자기지역이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논리를 편 충북, 내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대전, 한걸음 빼고 수수방관한 충남 등 모두의 책임이었다.

2022년 7월 1일 민선4기 출범을 앞두고 또 다시 불거진 KTX세종은 더 이상 정쟁대 상이 될 수 없다. 손익계산은 이용자 중심이 되 어야 한다.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치적 셈법으로 접근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래야만 상생과 협력을 다짐하면서도 머리 굴리기에 바빴던 그들의 두 가지 얼굴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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