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수렴·여론 설득 책임 방기로 갖은 논란 야기
'도의회 무시' '본인이 지사처럼' 불평·불만
대대적 쇄신과 노력 필요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취임 후 갖가지 구설수에 휘말리는 일이 발생하자 '정무라인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발생한 김 지사의 굵직한 논란 대부분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 추진 때문인데 도지사와 민심을 연결하는 정무라인이 제 기능을 못한 것이 주원인이라는 지적이다. 

▲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16일 도청 기자실에서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명식기자
▲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16일 도청 기자실에서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는 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배명식기자

 

김 지사는 취임 후 본인이 임명할 수 있는 별정직 최대 정원인 8명을 모두 채웠다. 

별정 2급인 정무특별보좌관, 정책특별보좌관과 별정 4급 정무보좌관, 정책보좌관을 비롯해 대외협력관, 비서 등이다. 

도지사에게 별정직 8명을 채용 절차 없이 임용할 수 있도록 한 이유는 자신만의 '정무라인'을 구축해 도정을 유려하게 이끌라는 뜻이다.

지자체의 정무라인은 민심을 수렴해 도지사에게 전달, 도정에 반영토록 하거나 도지사의 생각에 맞춰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 업무이며 책임이다.

대(對)민과 대도의회 업무를 맡아 지사와의 양방향 소통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정무라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민심과 도정 방향이 어긋나고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김 지사는 취임 후 현재까지 9개월여 사이에 △차 없이 도청 △현금성 복지공약 후퇴 △'친일파가 되련다' 망언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임명 도의회 패싱 등 다수의 논란거리를 던졌다. 

'차 없는 도청'은 도청 공무원들의 여론을 파악하기 못하고 성급하게 추진하려다 모진 반대에 부딪혔다. 

황영호 충북도의장이 중재에 나서 일단락 됐지만 정무라인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노조와 사전에 의견 조율이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금성 복지공약 후퇴' 역시 도민들이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어난 결과다. 

선거 당시 도민들이 가장 좋아했던 김 지사의 공약이 출산·육아수당, 효도수당 등 현금성 복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충분한 여론 수렴없이 축소했기 때문이다. 

'친일파가 되련다'는 망언과 관련해서도 논란 발생 후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어린 사과를 했다면 쉽사리 가라앉을 문제였다. 

하지만 국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어설픈 사과로 논란을 질질 끌고 가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발생한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임명 후보자 도의회 패싱 논란도 정무라인의 무능이 원인으로 꼽힌다. 

도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을 염두에 두고 관례적으로 사전에 승인 요청을 해왔다. 

이번에는 관련 서류에 인사청문회가 20일 열릴 예정이라고까지 고지했다. 

정무라인이 장관 승인을 확인하고 곧바로 일련의 내용들을 도의회에 설명하고 이해시켰다면 인사청문회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정무라인의 잘못된 언행이 오히려 도지사의 도정 운영에 해가 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모든 정무직 보좌관들은 도지사가 임명한 별정직이지만 엄연한 도청 소속 공무원 신분이다. 

하지만 일부 보좌관들이 도의원들을 하대한다거나 본인이 지사인 것처럼 직원들을 부린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충북도의회 관계자는 "자리가 바뀌면 언행도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도 인사조차 먼저 하지 않는 등 윗사람 행세를 한다"며 "도의원을 하대하는 것은 도의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의회에 불만이 계속 쌓이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오래 활동했던 분이기에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사적인 자리라면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적인 자리는 구분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도청 직원들 사이에서도 '자기가 도지사인 것처럼 행동한다' '도지사를 대신해 참석한 공식 행사장을 본인 유세장으로 착각한다' '정무는 하지 않고 도청 내외를 산책하기만 한다' '밥 먹으러 도청에 다닌다'는 등 불평·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깊은 고민과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쳐 정책이 결정돼야 하는데 지사 참모진이 여론 수렴 등 제 역할을 하지 않아 설익은 정책이 발표되고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엔 파장이 큰 논란들이 많았다"며 "무능 정무라인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대대적인 쇄신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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